유승민 두 번 외면한 김무성...상향식 공천 누더기

입력 2016-03-16 16:28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의원 측근들을 컷오프 시킨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을 사실상 모두 수용했다. 친유승민계 학살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김 대표는 대외적으로 침묵했다. 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목숨처럼 여겼던 상향식 공천 원칙이 누더기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입지도 흔들리게 됐다.

김 대표는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6년 자영업 정책연대 출정식’에 참석해 공천과 관련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의원들을) 자른다고 고생하고, 저는 우리 동료를 잘리지 못하게 하느라 고생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모두 힘내시라”고 했다.

김 대표는 앞서 오전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관위가 올린 공천안에 대해 “일부 단수추천 지역에서 경쟁력과 무관한 후보가 추천됐다”며 반대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황진하 사무총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경선지역에 대해서는 100% 의결했고, 단수·우선추천 지역에 대해서도 대부분 동의해 표결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실상 원안 통과가 됐다는 뜻이다.

공관위는 253곳 지역구 중 우선추천 지역 12곳, 단수추천 지역 96곳 등 모두 108곳에서 경선 없이 후보자를 선정했다. 모든 지역에서 예외 없이 경선을 치르도록 하겠다던 김 대표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대표 측근인 김성태·김학용·서용교 의원 등은 모두 단수추천으로 살아남았고,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 7명이 모두 컷오프 됐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 측과 친박계가 사실상 ‘측근 살리기’ 타협을 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경선 지역에선 현역들이 대거 살아남아 개혁공천의 명분도 약해졌다. 여권 내부에서 상향식 공천 원칙은 껍데기만 남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오전 라디오에 나와 “새누리당 공천은 원칙은 사라지고 보복만 남은 공천”이라고 했다.

김 대표로서는 지난해 국회법 파동 때 이후 다시 유 의원을 외면하는 모양새가 됐다. 당시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으로 당청 갈등이 심화되자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싸워 이길 수 없지 않느냐”라며 유 의원 사퇴 압박을 사실상 용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유 의원 부친상에 조문 갔을 때 기자들에게 “유 의원은 (공천에) 어려울 것이 전혀 없다”고 했고, 측근인 이종훈 의원에게도 “겁먹지 마라”고 했다.

당 내부에선 김 대표가 유 의원에 대한 공관위 결정도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헌·당규상 최고위가 공관위 결정 변경을 강제할 권한도 없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