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김한길, 명분·논리·정치력 없었던 ‘3무 야권연대’ 구상

입력 2016-03-16 16:19

야권 통합·연대를 둘러싼 국민의당의 내분이 안철수 공동대표의 승리로 끝났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통합·연대파’ 김한길 의원이 여전히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데다 무소속 최재천 의원은 “천정배 공동대표가 안 대표를 빼고서라도 통합에 나설 의지가 있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천 대표와 김 의원 등 통합·연대파들이 결과적으로 아무 성과 없이 당에 상처만 남긴 상황이라 이들의 당내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천 대표가 복귀했다. 고맙다”면서도 “새누리당 압승에 대한 공포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공학만으로는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저는 천 대표와 함께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수도권 지역 선거 연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천 대표는 “총선이 딱 4주 앞으로 다가왔다”며 “공동대표의 한사람으로서 우리당 승리를 위해서, 새누리당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화답했다. 회의 공개 발언에서 수도권 선거 연대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안 대표의 승리다. 상황은 정리됐다”고 했다.

천 대표가 ‘당 대 당’ 야권 연대를 포기하고, 당내에서도 이 주장이 급속히 사그라든 이유는 안 대표와의 명분 싸움에서 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3당 체제 정립을 위해 창당한지 1달 여 만에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합당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많았다. 김한길 의원의 경우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서 다시 당선되기 위해 개인차원에서 복당을 구상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야권 연대론에 대해 엇박자 행보를 보였던 것도 통합·연대가 좌초된 이유로 꼽힌다. 김 대표는 직·간접적으로 ‘안철수 고립론’을 언급했고, 수도권 연대에 대해서는 ‘나눠먹기’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대표의 통합 제안에 대해 당내 다수 의원들은 “진정성 없다”고 비판했었다. 의원총회 끝에 ‘통합 불가’ 결론이 난 뒤 천 대표와 김 의원은 재차 수도권 연대를 주장했고, 안 대표는 “김 대표가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반박했다. 한 당직자는 “제대로 하려면 5선 의원인 천 대표와 4선 의원인 김 의원이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천 대표와 김 의원 두 사람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져 나오는 가운데 최재천 의원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천 대표가 처음엔 안 대표를 빼고라도 야권 통합에 나설 의지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천 대표는 안 대표가 끝까지 통합에 반대하면 국민의당 내 통합파와 더민주를 합치려는 의지가 있었다”며 “3일 오찬을 함께 하며 이런 얘기가 오갔다”고 했다. 하지만 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이날 최고위에 ‘국민 대표’로 참석한 정보통신(IT)기업 씨투소프트 최훈민 대표는 “국민의당 역시 최악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옳고 그름의 차이가 아니라 색다른 정치를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똑같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천 대표와 김 의원은 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한 명분, 논리,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당에 상처만 남긴 3무(無) 야권 통합 구상이 아니었느냐”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