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공천 불복이 줄을 잇고 있다. 4년마다 돌아오는 공천 시즌 때면 늘 있는 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납득하기 어려운 ‘억지 공천’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일호 의원이 경제부총리로 차출되면서 무주공산이 된 서울 송파을엔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법률특보를 지냈던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단수추천을 받았다. 서울의 여권 강세지역인 ‘강남 3구’에서 단수 추천된 유일한 인사다. 이 지역엔 유 전 상임위원 말고도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 김종웅 전 서울시의회 의원,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 등 7명의 공천 신청자가 더 있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김 전 구청장이 2위와 두 자릿수 이상 격차로 선두를 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규정된 단수추천 요건은 두 가지다. 공천 신청자가 한 명이거나 여러 명의 신청자 가운데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다.
김 전 구청장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 재심을 요청했다. 그는 “여성도 장애인도 청년도 아닌 남성 후보를 전략 공천한 것은 전국에서 송파을이 유일하다”며 “유 전 상임위원은 경기 군포 선거에 출마해 3번 내리 낙선한 후보이기 때문에 본선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했다.
여권의 텃밭인 대구에서 단수추천을 받은 정종섭 전 행정안전부 장관(동갑)이나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달성)의 경우에도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공관위의 한 관계자는 “이들의 공통점은 공천을 주긴 줘야겠는데 경선에 붙이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경선에서도 여론조사 1등이 제외됐다. 이 지역은 기존 밀양·창녕에 주인 없는 옆 지역구의 일부가 합쳐지면서 예비후보만 13명에 달했다. 이 중 박상웅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엄용수 전 밀양시장, 조진래 전 경남부지사 세 명으로 경선후보가 압축됐다.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조해진 의원은 “지난 6개월간 여론조사에서 1등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이유로 낙천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천 당락을 좌지우지하는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 속초·고성·양양 경선에서 탈락한 정문헌 의원은 중복 조사 의혹을 제기했다. 여론조사 업체가 동일인에게 두 번 전화를 걸어 두 번째 조사 땐 ‘부인이나 여성을 바꿔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여론조사 회사에 수많은 안심번호가 제공됐을 텐데 조사를 했던 곳에 왜 또 전화를 걸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공천 불복' 부추기는 공관위의 억지공천
입력 2016-03-16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