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스 하사비스(40·영국)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2라운드 상대를 결정하지 않았다. 하사비스 CEO는 “중요한 것은 실험”이라고 했다. 대결의 흥행 요소보다 연구 성과를 증명하거나 알파고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는 상대를 물색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력한 2라운드 상대 중 하나는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다. 하사비스 CEO는 “궁극적인 목표는 게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제프 딘(48·미국) 구글 브레인팀 선임연구원의 생각은 달랐다.
딘 선임연구원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프로바둑 9단 이세돌(33)과 알파고의 1국을 앞두고 “딥마인드는 게임을 실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바둑과 다른 능력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브레인팀은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지금 세대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의 골격을 완성한 프로그램이다.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의 조상과 같은 존재다. 알파고의 실험용으로 적합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국민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를 개발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미국 회사지만 게이머의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한국은 스타크래프트로 프로게임 리그를 운영하고 시장을 확장하면서 사실상 종주국으로 행세했다. 외국인 프로게이머 수준의 기량을 베틀넷 한국 서버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알파고가 2라운드에서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하면 한국인을 다시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임요환(36) 홍진호(34) 이윤열(34) 등 프로게이머 1세대들은 알파고의 도전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마지막 5국 다음날인 16일 인터넷에서는 이들의 전성기 활약상을 담은 영상이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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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