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댓글에 뿔난 대한항공 노조… 네티즌 비난 절정

입력 2016-03-16 11:40 수정 2016-03-16 16:25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SNS 댓글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조 회장이 최고 경영자(CEO)로서 자격 미달이라며 경영진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조 회장을 비판하던 네티즌들은 ‘땅콩 회항’ 파문을 떠올리며 댓글의 비난 수위를 높였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홈페이지 캡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5일 홈페이지에 ‘조양호 회장의 SNS글에 대한 노조 입장’을 냈다. 노조는 “조종사 업무도 제대로 모르는 조회장은 항공사 CEO로서 자격미달”이라며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 경영자로서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중간 임원의 임무 태만이든 최고 경영자의 무능이든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조 회장의 SNS 댓글을 인용해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 해주고 기상의 변화는 통제 센터에서 다 분석해주는 등 조종사는 자동차운전보다 쉬운 오토 파일럿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엉터리 지식을 가지고 거대한 항공사를 경영해 왔던 것”이라며 조 회장의 발언이 당황스럽고 창피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대한항공 임원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조 회장은 대한항공 부기장 A씨가 13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과시가 심하다” “X가 웃는다.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LINDBERGH)같은 소리를 한다”라는 등 조종사를 조롱하는 댓글로 도마 위에 올랐다. A씨의 글은 비행 전 조종사의 준비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노조의 입장에 공감한 네티즌은 2014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파문을 떠올렸고 조 회장을 향한 비난 수위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네티즌은 부하직원을 무시하는 발언이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다를 게 없다며 “부전여전”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이 섞인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대기업 회장의 발언이라니 놀랍다” “그룹을 경영하는 리더의 참모습은 아닌 듯하다” “CEO와 싸울 수 있는 조종사 노조 힘내길 바란다”며 조 회장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췄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번 투쟁을 대한항공이라는 회사를 계속 유지·존속시킬 수 있는지 가늠하는 투쟁으로 보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부당한 처우 개선과 비행안전을 위해 무능한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며 칼을 꺼내들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운항 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다’는 조 회장의 발언이 대한항공 조종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노조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경영진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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