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5일 홈페이지에 ‘조양호 회장의 SNS글에 대한 노조 입장’을 냈다. 노조는 “조종사 업무도 제대로 모르는 조회장은 항공사 CEO로서 자격미달”이라며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 경영자로서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중간 임원의 임무 태만이든 최고 경영자의 무능이든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조 회장의 SNS 댓글을 인용해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 해주고 기상의 변화는 통제 센터에서 다 분석해주는 등 조종사는 자동차운전보다 쉬운 오토 파일럿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엉터리 지식을 가지고 거대한 항공사를 경영해 왔던 것”이라며 조 회장의 발언이 당황스럽고 창피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부기장 A씨가 13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과시가 심하다” “X가 웃는다.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LINDBERGH)같은 소리를 한다”라는 등 조종사를 조롱하는 댓글로 도마 위에 올랐다. A씨의 글은 비행 전 조종사의 준비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노조의 입장에 공감한 네티즌은 2014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파문을 떠올렸고 조 회장을 향한 비난 수위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네티즌은 부하직원을 무시하는 발언이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다를 게 없다며 “부전여전”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이 섞인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대기업 회장의 발언이라니 놀랍다” “그룹을 경영하는 리더의 참모습은 아닌 듯하다” “CEO와 싸울 수 있는 조종사 노조 힘내길 바란다”며 조 회장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췄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번 투쟁을 대한항공이라는 회사를 계속 유지·존속시킬 수 있는지 가늠하는 투쟁으로 보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부당한 처우 개선과 비행안전을 위해 무능한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며 칼을 꺼내들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운항 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다’는 조 회장의 발언이 대한항공 조종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노조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경영진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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