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세돌

입력 2016-03-15 20:39
15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5시간의 혈투 끝에 이세돌 9단이 돌을 내려놓자 대국장엔 순간 적막이 흘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알파고를 초읽기까지 몰아넣으며 끝까지 대국을 이어간 이 9단의 포기를 모르는 열정에 격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록 졌지만 가장 이 9단다웠던 경기였다. 그는 4국 후 자신이 얘기한 대로 흑돌을 잡았다. 중국식 룰에 따라 흑돌이 ‘선(先)’을 잡는 대신 백돌에 ‘덤 7집 반’을 주게 된다. 일부러 불리한 흑돌을 잡았지만 이 9단은 끌려가던 이전 대국들과 달리 종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구기호 한국기원 홍보사업팀 부장은 “마지막 경기라서 그런지 자기 모습대로 바둑을 뒀다. 이것이 이세돌의 모습이다”고 말했다.

대국장엔 이 9단의 마지막 도전을 지켜보기 위해 300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14개 방송사 및 온라인 채널이 월드컵을 뛰어넘는 중계 경쟁을 벌였다. 주최 측은 대국 첫날보다 취재진 숫자가 오히려 더 많다고 했다.

이 9단을 꺾은 알파고는 프로 9단이 됐다. 최종 대국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 알파고는 한국기원으로부터 명예 9단증을 받았다. 한국기원이 아마추어 명예 단증이 아닌 프로 명예 단증을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기원은 “알파고는 세계 최강자를 이기는 실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바둑을 알리는 데 공헌했다”며 명예 9단 수여 이유를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