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치매환자에 접근 90억 상당 재산 빼앗은 60대 꽃뱀 등 일당 검거

입력 2016-03-15 20:05
90억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80대 치매환자가 60대 ‘꽃뱀’ 등의 꾐에 빠져 빈털터리가 됐다. 나중에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리다 최근 끝내 숨졌다.

꽃뱀은 80대 자산가에게 치매가 있다는 점을 악용해 자산가 소유의 토지를 자신에게 넘겨준다는 토지양도증서를 작성하게 했다. 또한 자신에게 전 재산을 양도한다는 유언장도 쓰게 만들었다.

이후 혼인신고까지 해 90억원의 재산 모두 빼돌리고는 이혼했다. 이 모든 일이 불과 10개월 만에 벌어졌다.

국내 IT분야 사업가 아들인 A(83)씨는 부모로부터 90억이 넘는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나이가 들어 치매를 앓게 됐고, 지난 2013년 7월쯤 교회에서 목사의 소개로 B(62·여)씨를 만났다. 이 여인이 꽃뱀이었다.

B씨는 자신을 모 의료재단 이사장이라고 밝히며 A씨 집으로 수시로 찾아왔다. A씨는 건강을 살펴주고 말벗도 돼주니 너무나 고마웠다.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A씨에게 유류분 청구 소송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당시 A씨는 상속받은 재산 중 90억원 대에 달하는 부동산을 놓고 형제들과 다툼을 벌이고 있던 터였다.

B씨는 “나는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 친구다. 원한다면 대법원 판결도 뒤집어 줄 수 있다”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송비용을 조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는 B씨를 한 치의 의심 없이 B씨가 하라는 대로 했으며, 재산도 처분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미국으로 건너가 2억6000만원 상당의 펀드 2개를 매각했고, 대금은 B씨의 계좌로 이체했다.

B씨는 이 과정에서 “여생을 돌봐주겠다”며 혼인신고서까지 작성해 A씨를 안심시켰다.

B씨는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A씨와 모두 미국 영주권자인 자녀들을 이간질 시켰다. B씨는 혼인 후 임의로 A씨의 주소를 옮기고 수차례에 걸쳐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 등의 수법으로 자녀들과 연락하지 못하도록 했다.

B씨는 본격적으로 C(76)씨, D(61)씨와 공모해 2014년 9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A씨가 살던 서울 종로의 자택과 토지, 충북 진천의 토지, 경기 광주의 토지 등 90억원대 부동산을 처분, 59억원 상당을 착취했다.

대부분의 재산을 처분한 B씨는 “당신의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A씨로 하여금 이혼소송을 제기토록 했다. A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10월 이혼 조정이 결정됐다.

그리고 B씨는 A씨 곁을 떠나버렸다.

나중에야 알게 된 자녀들은 B씨에게 빼앗긴 재산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친족 간 재산죄의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 도례’ 규정에 따라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B씨가 의도적으로 A씨에게 접근해 재산을 빼돌렸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본격 수사에 돌입, B씨와 공범 등을 모두 붙잡았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꽃뱀 B씨를 구속하고, 공범 C씨와 D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꽃뱀 B씨와 공범 C씨는 과거부터 부부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여왔으며, 검거 당시 서울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