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비박(비박근혜)계를 지목해 “다 죽여버려”라고 막말을 한 윤상현 의원이 친박(친박근혜)에게서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윤 의원이 버티는 한 수도권 선거는 필패라는 위기감에 유승민 의원 공천 문제까지 더해져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지 않으면 컷오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친박 내 기류는 ‘불출마’로 모아졌다. 15일에만 홍문종 의원을 비롯해 공관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초선의 김용남 원내대변인까지 나서 윤 의원의 결단을 주문했다.
홍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지역 민심은 엄청나게 윤 의원에 대해 야단을 치고 있다”며 “취중 실언 정도로 넘기기엔 사안이 간단치 않게 됐다”고 했다. 박 사무부총장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 재판도 있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사무총장과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여당 중진으로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본인이 결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거취를 정리할 수 있도록 김 대표가 먼저 통 큰 포용으로 물꼬를 터달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 원내대변인은 “급물살을 탈 때 단박에 건너듯이 ‘급류용퇴’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 의원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외부 접촉을 피하고 있지만 침묵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의 막말 파문은 시기적으로 유 의원 공천 결정과 맞물리면서 두 사람은 패키지로 묶인 상황이다. 여당 내에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맨 마지막에 유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킬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친박 입장에선 고지를 눈앞에 둔 순간 돌발 변수가 터진 셈이다. 한 의원은 “윤 의원의 막말만 떼어놓고 보면 불출마까지 거론할 사안은 아니지만 유 의원과 엮이는 바람에 희생양이 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공천에서 탈락한다고 해서 정치적인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청와대나 내각은 물론이고 외곽에서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서다. 윤 의원은 지난 1월 고(故) 성완종 회장 후임으로 충청포럼 제2대 회장에 취임했다. 충청포럼은 ‘반기문 대망론’의 진원지로 꼽힌다.
이날 ‘박근혜 서포터즈’ 소속 윤 의원 지지자 60여명은 서울 여의도 당사 앞으로 몰려가 윤 의원을 공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당과 대통령을 지킨 윤상현, 이제 당이 윤상현을 지켜주세요”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친박계서 용퇴 압박 받는 윤상현의 운명은
입력 2016-03-15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