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웃고, 박원순 울었다..더민주 대권주자 측근그룹 공천 성적표

입력 2016-03-15 16:21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 그룹의 총선 공천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친문’ 의원들이 대거 공천을 받은 반면, 기대를 모았던 박 시장 측근 그룹은 예상외로 고전하고 있어서다. 대선주자 측근들의 원내 입성 여부는 향후 대선 경쟁에서 1차 ‘승부처’가 될 수 있다.

15일까지 진행된 더민주 총선 공천 결과, 김태년 윤호중 홍영표 의원 등 ‘친문재인’ 재선 그룹은 대거 공천을 받았다. 또 전해철 박남춘 의원 등 참여정부 청와대 멤버들뿐 아니라 김경수 백원우 후보 등 친문 원외인사들도 공천장을 받았다. 이중 상당수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요직을 맡은 바 있다. 여기에다 문 전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외부인사’로 영입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도 전략공천을 받았다. 이들이 국회에 입성할 경우, 내년 대선을 노리는 문 전 대표의 든든한 우군이 된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 그룹들은 공천 과정에서 연이어 고배를 들고 있다. 박 시장 측근 그룹으로는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권오중 전 정무수석, 천준호 전 비서실장,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총장 등이 꼽힌다. 그러나 현재까지 ‘박원순계’ 중에서 본선행을 확정한 것은 서울 성북을에 단수공천 된 기 전 부시장이 유일하다.

권 전 정무수석은 서울 서대문을에서 국회 입성을 노렸지만 당내 경선에서 간발의 차로 졌다. 천 전 비서실장도 서울 도봉을에서 출마를 선언했지만, 더민주가 영입인사인 오기형 변호사를 전략공천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임 전 부시장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 도전장을 냈지만 만만찮은 당내 경선을 남겨두고 있다.

당내에서는 ‘박원순계’에 대한 ‘정무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는 “‘박원순 사람’이라고 해서 꽂아주면 안 된다. 예전에는 다 그랬던 것 아닌가. 이번에는 그런 것 없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한 당직자는 “문 전 대표 체제 아래에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가 이뤄졌다면 박 시장 측 인사들의 원내 입성이 지금보다는 쉬웠을 테지만, 김 대표 체제에서는 고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향후 서울과 광주 등 일부 전략공천 과정에서 박 전 시장 인사들이 선택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했다.

잠재적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의 주변 인사들도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안 지사측 에선 원내 유일한 ‘안희정계’로 분류되는 박수현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고, 김종민 전 충남 정무부지사, 이후삼 충남지사 전 정무비서관 등이 공천을 확정지었다. ‘실속’은 챙긴 셈이다. 반면 대구에 출마한 김 전 의원의 경우엔 홍의락 의원이 공천에서 원천 배제되면서 본인 선거전까지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향후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위해서라도 대권주자간의 세력 균형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