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거리 미사일 재진입체 기술 성공주장

입력 2016-03-15 16:17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결정체’인 탄두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빠른 시일 내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ICBM 기술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핵심기술마저 보유해 사실상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췄음을 과시한 것으로, 4차 핵실험 및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야기된 ‘초강경’ 대북제재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무력시위’ 성격으로 해석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와 한·미·중·일의 독자제재, 사상 최대규모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조차도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메시지로도 여겨진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탄도로켓 전투부(미사일탄두 부분)의 대기권 재돌입 환경 모의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제1비서는 “군사대국이라 자처하는 몇 개 나라에서만 보유한 대기권 재돌입기술을 자력자강의 힘으로 당당히 확보함으로써 탄도로켓 기술에서 커다란 진전이 이룩됐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탄두 재진입 기술은 수천㎞를 비행하는 ICBM의 경우 미사일 탄두가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진입할 때 엄청나게 발생하는 열을 견딜 수 있도록 탄두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ICBM 기술의 결정체로 꼽힌다. 대기권 진입시 탄두가 마찰열에 타버릴 경우 이 무기는 무용지물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대기권 재진입시 미사일 속도는 마하 20이 넘고, 이 속도에서 대기권 진입 순간 발생하는 6000~7000도의 마찰열을 반드시 견뎌야 상대방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아무리 핵탄두를 실은 탄도미사일이라 하더라도 이 기술 없이는 핵탄두 자체가 마찰열에 다 타버리거나 궤도를 벗어나 우주에 떠돌게 된다는 얘기다.

이번에 북한은 바로 이 기술을 “대기권 재돌입시 조성되는 실지환경과 유사한 압력조건과 근 5배가 넘는 열흐름 속에서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국방당국과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술 수준이 아직은 안정적인 재진입 기술을 얻은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날 공개한 시설과 미사일 탄두 가열시험만으로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 모의실험에 성공했다고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문 대변인은 “재진입 기술은 통상 탄도 복합소재 기술과 삭마기술(대기권 재진입시 탄두 표면이 깎여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 종말유도 기술로 구성된다”며 “이는 반드시 시험발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항공대학교 장영근 교수도 “실제 탄두나 비행체의 대기권 재진입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며 “극초음속 터널에선 지상실험도 할 수 있지만 북한은 이런 시설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단지 “탄두의 열 차단 소재를 시험했거나 마찰열을 시뮬레이션 했을 수는 있다”고 했다.

이미 여섯 차례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해온 북한이 완벽하진 않지만 재진입체기술을 개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북한은 사거리가 5500㎞가 넘는 장거리 미사일의 재진입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사거리 2400㎞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 재진입기술은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탄두로켓 전투부’는 사거리 1300㎞의 노동미사일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