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컷오프 몰고가는 공관위가 밝힌 이유들

입력 2016-03-15 15:50

예상대로 최종 타깃은 ‘유승민’이었다. 막판 공천 작업이 한창이던 15일 공천관리위원이 직접 나서 유승민 의원 공천배제(컷오프) 요건을 조목조목 밝히자 당내에선 유 의원 컷오프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공관위원인 박종희 사무부총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힌 유 의원 컷오프 사유는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언행으로 자기 정치를 해왔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박 부총장은 유 의원이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고 그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책임을 진다’는 당헌 8조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청와대가 반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당헌에 위반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박 부총장은 “개인 의견이 아닌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의 연설로 과연 그게 적당했겠느냐는 비판이 있다”고 공관위 분위기를 전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홍문종 의원도 다른 라디오방송에서 나와 이에 대해 “야당 의석에서 박수를 치고 여당은 의아해 했다”면서 “과연 저 분이 당의 정체성과 연결돼 있는 분이냐, 맞는 분이냐는 것에 대해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은 이어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 분들이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하면서 민심을 호도하면 야당에서 공격하는 것보다 더 어려움을 당할 때가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유 의원이 2014년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방미 과정에서의 혼선을 비판하며 “이거 누가 하냐.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거냐”고 직격탄을 날린 점도 ‘불경죄’로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가 유 의원을 컷오프 고려 대상으로 삼은 또 다른 기준은 ‘편한 지역에서 내리 3차례나 당선됐다’는 점이다. 이는 같은 대구 지역의 주호영 서상기 의원에도 적용된 기준이다. 여당 강세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오래 한 사람들은 당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야 하나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유 의원을 컷오프하려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여권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원조 친박계이자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기조로 지역뿐 아니라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는 유 의원을 쳐내면서까지 후폭풍을 감내하겠다는 청와대와 주류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며 지목한 이상, 선거에 불이익이 있더라도 정리해야 할 사람은 정리한다는 여권 주류의 의지가 담겼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유 의원 컷오프에 따른 선거 악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최근 여의도연구원이 실시한 대구지역 경선 여론조사 결과 등에서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 것이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돌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당장 유 의원을 컷오프하면 파장이 크겠지만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돌입하면 박 대통령 지지층이 결집해 ‘유승민 후폭풍’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친박계와 김무성 대표측 인사(황진하 사무총장·홍문표 제1사무부총장)가 주축인 공관위가 큰 충돌 없이 유 의원 컷오프를 결정할 경우 ‘타협설’이 불거지는 등 공천 전반의 신뢰도가 추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