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머니로 6000만원 쓴 원영이 계모, 경찰 "할 말 많지만…"

입력 2016-03-15 13:46
신원영군 학대 사망사건 현장검증이 진행된 14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서 피의자 친부 신모씨(38)와 계모 김모씨(38)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신원영군 학대 사망사건의 피의자인 계모 김모(38)씨가 사회적으로 단절된 채 게임에 몰두해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8개월 간 6000여만 원을 게임머니로 탕진했고, 남편 외에는 어느 누구와도 전화통화를 한 기록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원영군 학대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평택경찰서 박덕순 형사과장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씨의 수사 내용을 설명했다. 박 과장은 인터뷰에서 “김씨가 돈을 엄청 많이 소비했는데 그 소비된 내용을 보니까 주로 게임머니 아이템이었다”며 “8개월 간 60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돈 전부를 아이템을 사는데 소비했는지 더 확인해 봐야 하지만 게임과 관련된 계좌로 돈이 빠져나갔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또 남편 이외에는 외부인과의 관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과장은 “계모에게 정신적인 문제는 없었냐”는 질문에 “정신적 문제는 없는 것 같지만 사회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사해 보니 남편 신모(38)씨 외에는 어느 누구와도 통화를 한 기록이 없었다는 것이다.

친아버지인 신씨의 방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신씨는 경찰 수사에서 “(계모 김씨에게 학대와 관련한)얘기를 하면 김씨가 아들을 더 괴롭히고 난리를 칠 것 같아 처음에는 얘기하지 않았고 내가 없을 때 더 괴롭힐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원영군 학대 사망사건 현장검증을 앞두고 14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의 피의자 거주지에서 평택안포맘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그는 아들이 발가벗고 떨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화장실에 들어와 용변을 보고 나가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박 과장은 “자세히 다 얘기하면 너무 눈물날 만한 이야기가 많아서…”라며 “경찰관 생활을 25년 하면서 이런 아버지는 처음 봤다”고 개탄했다.

원영군의 계모 김씨는 지난달 1일 원영군이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온몸에 락스를 붓고 찬물을 끼얹은 뒤 화장실에 가둬 숨지게 했다. 김씨와 친부 신씨는 각각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으며 원영이의 시신을 10일간 베란다에 방치하다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