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업들의 무역 거래는 거래와 동시에 현금으로 결제하는 후진국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하자원 설비제공형 투자와 북한인력 수입의 수익률은 높았지만 합영·합작 투자와 공식적 투자에선 마이너스 수익률을 올렸다.
서울대학교 김병연 경제학부 교수는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배포한 ‘북한경제리뷰 3월호’에서 2012, 2013년 두 번에 걸쳐 단둥시 현지의 176개 기업을 대면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의 대북 무역과 투자 : 단둥시 현지 기업 조사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김 교수는 “중국 소재 기업들은 북한의 거래 기업이 군 소속인 경우 거래기간이 길고 무역과 투자의 성과도 좋았다”면서 “북한과의 매출액 대비 이윤율과 투자액 대비 이윤율은 높은 편이었지만 투자기업의 경우 투자 유형에 따라 수익률의 편차가 컸다”고 설명했다.
3월호는 지난달 북한의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부터 개성공단 조업 중단, 사드배치 등 요동치는 남북관계를 반영하는 내용이 실릴 것으로 보여 언론과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유엔은 해운항공, 대외교역, 금융, 무기거래 등 제재 대상의 폭을 확대하고 확산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등 강력한 수위의 제재안을 도입했다. 지난달 미국 의회를 통과한 대북 제재 강화법에 따라 미국은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의 논문은 국제 사회가 북한의 제재 수위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대북 무역과 투자 현황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단둥 소재 기업들이 북한과 가장 많이 거래하는 기업은 군부 소속 기업들이었다. 북한의 선군정치로 이들 기업들이 급속히 성장한 데다 중국의 기업들은 군부 소속 기업들의 권한이 크고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북한과의 무역 이윤율과 투자 수익률은 높은 편이었다. 조사 당시 북한과의 매출액 대비 이윤율은 17%, 투자액 대비 수익률은 15%였다. 특히 일반 수입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1890만 달러, 매출액 규모가 다른 무역 방식에 비해 20~40배 높았다. 김 교수는 북한의 지하자원과 수산물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무역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봤다.
그러나 투자 유형에 따라 수익률의 편차는 컸다. 지하자원 설비제공형 투자와 북한인력 수입의 경우 평균 투자 수익률은 약 30%였다. 도소매 업체의 경우 매출액은 작았지만 이윤율은 다소 높게 조사됐다. 반면 합영, 합작 투자와 공식적 투자 형태인 경우 투자 수익률은 각각 -5%, -16% 등으로 저조했다.
무역 형태는 후진국형이었다. 김 교수는 “대북 결제 방식은 주로 현금결제였고 거래와 동시에 이뤄졌다”면서 “이는 북·중 거래의 낙후성과 낮은 신뢰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북한 무역, 거래와 동시에 현금 결제하는 후진국형
입력 2016-03-15 13:05 수정 2016-03-15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