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대구 남부교회 이국진 목사, '인간의 최대 약점'

입력 2016-03-15 10:42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3연패 후 겨우 1승을 얻었다. 체스 경기에서 이미 인간을 이긴 컴퓨터가 이젠 바둑에서도 인간을 이긴 것이다. 30만개의 기보를 조합 처리하는 능력이 알파고에게 있는데 이는 두뇌가 수백 개 합해진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컴퓨터의 장점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대국을 하면서 갖게 되는 초조함이나 판단실수도 없을 뿐 아니라 과도한 욕심도 없고 철저하게 가장 좋은 정수만을 두는 것이 컴퓨터의 특징이다. 중간에 교만해지거나 방심하지도 않고 시간에 쫓긴다고 해서 악수를 두지도 않는다. 그냥 컴퓨터에 입력된 정보들을 근거로 가장 좋은 수만을 두는 것이 컴퓨터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이에 반해 인간은 한 없이 약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감정이 그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세 번의 대국에서 해설자들은 이세돌 9단답지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실수가 많았다는 뜻이고 그런 실수는 당황하거나 또는 초읽기에 몰릴 때 필연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세돌 9단이 그 동안 최고의 실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가 역시 감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순간적인 실수와 잘못된 판단을 하는 실수투성이의 선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실수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대국에서는 그나마 실수를 적게 하고 침착하게 대국을 벌이는 사람이 승리하게 돼 있다. 아무리 9단의 실력자라 할지라도 5단의 실력에게 질 수도 있는 것은 사람에게 있는 실수의 가능성 때문이다.

사람은 감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것은 인간의 최대의 약점인 동시에 이것이 인간됨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서 승리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두려움에 있었다. 라합은 이스라엘 민족의 첩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에게 주신 줄을 내가 아노라 우리가 너희를 심히 두려워하고 이 땅 주민들이 다 너희 앞에서 간담이 녹나니 이는 너희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께서 너희 앞에서 홍해 물을 마르게 하신 일과 너희가 요단 저쪽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시혼과 옥에게 행한 일 곧 그들을 전멸시킨 일을 우리가 들었음이니라. 우리가 듣자 곧 마음이 녹았고 너희로 말미암아 사람이 정신을 잃었나니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위로는 하늘에서도 아래로는 땅에서도 하나님이시니라.”(여호수아 2장 9~11절) 하나님께서는 여리고성이 무너지게 역사하셨지만 이미 그들의 마음을 녹여버리셨고, 이스라엘이 승리하게 만드셨다.

미디안의 어떤 군인은 보리 떡 한 덩어리가 미디안 진영으로 굴러 들어와 그것을 쳐서 무너뜨려 그 장막이 쓰러지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을 들은 그의 친구는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의 칼이라 하나님이 미디안과 그 모든 진영을 그의 손에 넘겨주셨느니라.”(사사기 7장 14절)라고 해석했다. 이미 그들은 두려움에 휩싸이게 됐던 것이다.

반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을 향해 두려워하지 말 것을 명령하셨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이니 담대하라고 하셨다. 성경에 두려워하지 말라는 표현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 문제는 우리에겐 두려워하지 않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담대해질 수 있는데 우리는 언제나 나 자신의 모습과 주변의 환경만을 보면서 두려워하고 있다. 마치 하늘에 불말과 불병거가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하고 아람 군대만을 보고서 두려워 떨었던 엘리사의 사환과 같은 게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의 기도는 엘리사가 했던 것과 같은 기도를 해야 한다. “나의 눈을 열어 보게 하옵소서.”

뿐만 아니라 우리들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믿음의 길을 담대히 갈 수 있도록 격려해 줘야 한다. 교회로 우리가 모이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향해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힘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사랑을 먹고 산다. 아무리 이 세상의 물질이 많다 하더라도 사랑이 결핍해지면 우리의 마음은 무너지게 돼 있다. 기계나 컴퓨터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자신에게 부여된 과제를 묵묵히 해나갈 수 있겠지만 사람은 사랑의 연료가 공급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칭찬과 격려와 공감은 사람으로 하여금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사랑의 연료들이다.

어쩌면 우리를 삼키려는 사탄은 알파고와 같이 기세등등하게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혀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는 사자와 같이 삼킬 자를 찾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베드로전서 5장 8절). 믿음으로 담대하게 맞서 싸워서 이겨야 할 것이다. 감사한 것은 우리는 이세돌 9단처럼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결국 승리하게 하실 것이다. 성경은 기록한다.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로마서 8장 37절)



이국진 목사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