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데이’ 언제부터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됐을까

입력 2016-03-15 05:55 수정 2016-03-15 09:29
영화 '글로리데이' 스틸컷

[리뷰] 어릴 적 우리는 분명 “아닌 건 아니”라고 배웠겠지. 젊음이라는 패기로 그게 옳다고 외쳤을 테고. 까짓 거 대충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된 게 아닐까. 영화 ‘글로리데이’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로리데이, 제목과 딱 들어맞는 오프닝이 펼쳐진다. 햇살이 쏟아지는 바다로 달려가는 네 친구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시작부터 심하게 청춘물이군’ 싶겠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스무살이 된 네 친구가 처음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이유가 있었다. 집안사정상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해병대 입대를 결정한 상우(김준면)를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이들의 우정이었다.

일찌감치 운전면허를 딴 용비(지수)가 앞장섰다. 굴러가는 것조차 신기한 낡은 소형 봉고차를 구해왔다. 먼저 재수생 지공(류준열)의 집에 찾아갔는데, 지공 어머니에게 문전박대 당했다. 아들 공부를 방해하지 말라는 거였다. 하지만 지공은 창문으로 탈출을 감행했고, 무사히 봉고차에 몸을 실었다.


다음은 야구코치 아버지를 둔 두만(김희찬) 차례였다. 원치 않는 야구부에 들어가 괴로운 훈련을 받고 있는 그에게 친구들이 찾아왔다. 나중에 아버지에게 혼날 게 걱정되지만 일단 용기를 냈다. 훈련장에서 냅다 도망쳐 봉고차에 탑승했다.

상우까지 합류해 ‘완전체’가 된 네 친구는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렇게 목적지 포항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즐거웠다. 자기들끼리 깔깔대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민증 검사 걱정 없는 치맥 파티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그러다 ‘그 일’이 벌어졌다. 바닷가 근처를 지나던 네 친구가 우연히 폭행사건을 목격했다. 한 남성이 여성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있었다. 용비가 불의를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친구들도 힘을 보태 남성을 제지했다. 그 사이 여성은 도망쳤고,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이 남성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모든 게 꼬여버렸다. 경찰에 쫓기던 중 상우가 뺑소니 차량에 치였다. 용비는 패닉에 빠진 채 경찰에 붙잡혀 갔다. “친구들이 오면 함께 상우가 입원한 병원에 보내주겠다”는 경찰 말만 믿고 지공과 두만까지 불렀다. 물론 이는 터무니없는 약속이었지만.


그제야 감독이 하고자하는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순수하게 정의를 좇은 아이들의 진심이 무참히 짓밟힌다. 어른들은 저마다 어떤 선택이 본인에게 유리한지 따져가며 행동한다. 어느 순간 그런 어른의 모습이 아이들에게서 엿보인다.

할 말이 턱 막히는 순간이다. 고구마 몇 개를 집어삼킨 듯한 답답함이 밀려온다.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잘 짜여진 이야기로 몰입도가 한층 높아졌다.

배우의 미묘한 감정표현이 중요한 작품이었다. 이제 막 걸음을 뗀 신인들에게 버거울 수 있었다. 다행히 모두가 주어진 몫을 톡톡히 해냈다.

tvN ‘응답하라 1988’로 스타 반열에 오른 류준열은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차세대 생활연기 강자로 감히 꼽아본다. 김희찬도 점점 궁금해진다. tvN ‘치즈인더트랩’에서의 귀여운 이미지 말고도 이렇게 다양한 매력이었다니.


그룹 엑소(EXO) 멤버 김준면은 첫 연기 도전을 무사히 마쳤다.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는 장면이 대부분이긴 했으나 튀는 느낌이 없었다.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단연 눈길을 끄는 이는 지수. 눈빛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첫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막바지 지수 클로즈업 신은 더 강한 여운을 남긴다. 눈물이 그렁그렁 차있는 두 눈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떠나버린 친구를 향한 미안함과 그리움. 대사 없이도 충분했다.

그건 어쩌면 어른이 돼버린 이가 지난 청춘을 돌아보는 심정이 아니었을지….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말이다. 오는 24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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