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사의 최고 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가 알파고(AlphaGo)의 대국 상대로 바둑 세계랭킹 1위 커제 대신에 이세돌(33) 9단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하사비스는 12일 3국이 끝나고 SBS와의 인터뷰에서 “이세돌 9단와 알파고의 대국이 역사적인 대결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바둑계의 전설적이고 상징적인 인물을 모시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30, 40년이 흘러도 이세돌은 바둑계의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추켜세웠다. 하사비스는 커제에 대해서 “언젠가는 바둑계의 전설이 될지도 모르지만 아직 그는 어리므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3연패를 당한 뒤 남은 대국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이 9단의 승리를 정말 바라고 응원한다. 구글 딥마인드 팀도 마찬가지로 응원하고 있다”며 “우리 팀이 이세돌 9단을 응원한다는 사실을 알파고는 모를 거다. 이 9단이 부담을 덜었으니 자유롭게 알파고의 한계를 탐구하면서 알파고 파쇄법이나 약점을 찾아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하사비스 대표의 응원 때문이었을까. 이세돌 9단은 13일 4국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4시간 40분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하사비스는 트위터에 “이세돌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세돌은 알파고를 혼란에서 빠져나올 수 없도록 압박했으며 굉장한 실력을 보여줬다”는 글을 적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이세돌 9단은 오늘 알파고에게 굉장히 버거운 상대였다”며 “이세돌 9단은 얼마나 대단한 바둑기사인지 우리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알파고가 잇따라 승리하면서 인공지능 발전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사비스는 “인공지능은 도구에 불과하며 사람이 만든 창조물이다”라며 “알파고의 능력은 뛰어난 인간들에 의한 것이다. 사람들이 알파고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보기]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