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다. 얼굴을 다 보여줘야 한다… 여기 모인 엄마들이 모두 똑같은 마음

입력 2016-03-14 20:52

14일 오후 1시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한 빌라 앞.

신원영(7)군이 친부 신모(38)씨의 방관 속에 계모 김모(38)씨의 갖은 학대와 가혹행위로 끝내 숨진 집 앞에는 ‘살인죄 적용하라’ ‘아동학대, 그 끝은 살인’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100여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오후 2시 현장검증을 위해 호송돼 오는 신씨와 김씨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강력하게 항의하기 위해 대부분 일부러 온 어머니들이었다. 어린아이를 안고 온 어머니부터 심지어 임산부까지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은 구호를 외칠 때마다 락스가 들어있는 통을 높이 들어 올렸다. 울먹이는 어머니,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는 어머니, 고함치며 분통을 터트리는 어머니…

현장검증이 예정된 2시쯤에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왜 시간이 됐는데 현장검증을 안 하느냐’ ‘추운데 아이들과 임산부 등이 언제까지 떨면서 기다려야 하느냐’ 등 시민들 속에서는 불평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류정화(32·여) 평택 안포맘 카페 매니저는 “같은 엄마로서 참을 수 없는 학대를 원영이에게 가한 여자다. 그에 상응한 엄한 처벌을 받고, 다시는 이러한 끔찍한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아동학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인으로 이어지는데 아동학대로만 처벌한다는 것은 결코 안 된다.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모(65·여)씨는 “얼굴을 다 보여줘야 한다. 악마다. 사람이 아니다”며 “여기 모인 엄마들이 모두 똑같은 마음이다. 아이를 독한 락스로 붓는 것도 모자라 찬물을 뿌리고 얼려 죽였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정보다 50여분이 늦은 2시50분쯤.

경찰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시민들이 준비해 온 락스 20여통을 수거하고, 기동대 1개 중대를 추가로 현장에 배치하고 나서야 현장검증을 시작했다.

신씨와 김씨를 태운 호송차가 현장에 들어서자 성난 주민들은 ‘살인죄를 적용하라’라는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며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는 계란을 경찰 호송차에 던지기도 했다.

현장검증은 원영이가 3개월 동안 욕실에 갇힌 채 계모로부터 갖은 학대와 가혹행위를 당하다 숨진 집과 할아버지 산소 옆에 암매장된 청북면의 야산에서 진행됐다.

신씨와 김씨는 현장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태연하게 재연했다.

김씨는 욕실 안에 있던 원영이를 폭행하고 학대하던 장면을 “이렇게 때렸어요. 이렇게 했더니 넘어졌어요”라고 말하며 행동으로 보여줬다.

신씨는 욕실 앞에서 원영이가 학대당하는 것을 방관하던 장면을 재연했다. 또 자신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원영이가 욕실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벽을 보고 서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함께 시신을 이불에 둘둘 말아 베란다에 방치해뒀다가 야산에 암매장하기 위해 옮겨가는 장면도 연출했다.

앞서 현장검증을 위해 호송 차량에 타기 전 김씨는 ‘왜 욕실에 가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듣지 않아 가뒀다”고 말했다. 또 ‘죽을 줄 알았느냐’고 묻자 “몰랐다”고 대답했다. 신씨는 ‘학대를 알고도 왜 방치했느냐’고 묻자 “원영이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9일 계모 김씨와 친부 신씨를 각각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원영이를 욕실 안에 가둬놓고 폭력 등 온갖 학대와 락스로 붓는 등 가혹행위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김씨의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하며, 아동학대로 처벌될까 두려워 원영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지도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들은 원영이 시신을 10일 간 베란다에 방치하다가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평택=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