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는 확실히 마이너스다. 그렇다고 나 살자고 남더러 불출마 하라마라 할 수 있나.”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을 보는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요즘 심경이 이렇다. 김무성 대표와 비박(비박근혜)계를 향해 “다 솎아버려”라는 막말을 퍼부은 윤 의원은 ‘자중자애’ 모드에 돌입했지만, 파문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취중 실언으로 얼버무리려 했던 친박계 내부에서도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양상이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윤 의원 발언을 두고 다들 한마디씩 한다”며 “취중 실언이라는 건 우리 생각이고 국민들은 취중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수도권 선거가 어려워진다는 건 자명하다”며 “김 대표가 먼저 사과를 통 크게 받아주고 윤 의원이 스스로 거취 논란을 매듭짓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했다. 윤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냈기 때문에 막말 파문의 불똥이 청와대로까지 튄다는 우려도 나왔다.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내심 윤 의원 본인이 결단을 내려주길 바라는 투다. 지난 8일 욕설이 담긴 음성 파일이 처음 공개됐을 때 ‘정치공작’이라 반발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기류다.
물론 공천 배제나 불출마 등은 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한 의원은 “누가 어떤 의도로 통화 내용을 녹음해 언론에 유출했는지 불분명한데 선거 불출마 운운하는 건 너무 과한 얘기”라고 흥분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친박 내부에서도 의견이 팽팽해 뭐라고 얘기하기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윤 의원 측은 “불출마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소명했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비박에선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연일 정계 은퇴를 요구하고 있다. 홍 사무부총장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의원 본인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에 어떤 기구에서 이걸 다루기보다는 스스로 결단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불출마나 국민·당원에 대한 사죄 등 본인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노인 폄하 발언으로 정당 전체가 흔들흔들 하는 것을 봤는데 지금 이 문제도 수도권과 전국에서 엄청나게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결단의 시기가 다가왔다”고 했다. 3주 만에 당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한 김 대표는 윤 의원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수도권 친박서도 번지는 윤상현 불출마론
입력 2016-03-14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