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자리도 결국 브리핑 듣고 GO, NO GO 결정하는 자리 아닌가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조종사 페이스북에 남긴 댓글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여객기 조종사는 ‘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한다는 조 회장의 말에 “회장도 똑같지 않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대한항공 부기장 김모씨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느 분이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 받으면 불평등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오늘은 비행 전에 뭘 준비하는지, 뭘 보는지 알아보겠다”며 비행 전 조종사의 준비과정을 상세히 적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 많은 정보를 숙지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그런데 이 게시물에 조 회장이 남긴 댓글이 문제가 됐다. 조 회장은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며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고 적었다.
조 회장은 이어 “과시가 심하다”며 “X가 웃는다.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LINDBERGH)같은 소리를 한다”고 조롱했다.
해당 댓글은 14일 오전 삭제됐다. 하지만 조종사 노조에 캡처된 이미지가 퍼진 후였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는 몰라도 대한항공은 운항관리사가 브리핑해준 적이 없다”며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허위 사실로 다수의 조종사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네티즌들도 혀를 찼다. “수백명 고객의 목숨을 직접 책임지는 자리인데 회장이 저렇게 생각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렇게 쉬운데 조종사가 왜 필요한가” “회장도 브리핑 받고 결정만 하는 건 똑같지 않느냐”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아랫사람들이 업무 처리 다 한다고 회장이 손 놓으면 안되는 것처럼 파일럿이 손 놓고 있으면 안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상은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