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선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14일 현역의원 공천배제(컷오프)에 포함되자, 현재 더민주를 이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의 악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거대 야당의 공천 결정에 개인 감정이 반영될 가능성은 적지만, 피말리는 선거전에선 패배의 악몽이 평생가기 마련이어서 호사가들 입길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1988년 4월 청년 이해찬은 평화민주당 후보로 13대 총선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다. 불과 35세의 정치신인으로 서울대 재학 및 졸업생이 많은 이 지역에 도전장을 냈다. 당시 벽보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재야 민주화 운동의 기수에서 새 세대 신진 정치가로”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시절 반독재 투쟁이던 민청학련 및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투옥된 이해찬의 전력을 말해주는 구호였다.
당시 이해찬의 맞상대는 전두환 정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출신으로 11대 12대 전국구 의원을 지내고 3선을 위해 첫 지역구 선거에 나온 김종인 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정의당 후보였다. 관악을에선 또 나중에 국회의장이 되는 김수한 후보도 출마해 낙선했다.
승자는 이해찬이었다. 평민당 후보로 3만9950표를 얻었다. 하지만 민정당 김종인 후보 역시 3만4752표를 얻어 표차는 불과 5000여표 정도였다. 통일민주당 김수한 후보도 선전해 3만1017표로 백중세를 이뤘다. 이해찬 의원은 이때 이후 2004년 17대 총선까지 관악을에서 내리 5선을 했다. 세종시가 만들어지고 나서는 19대 초대 세종시 국회의원이 됐다.
이해찬 의원은 이날 더민주의 컷오프 결정에 대해 즉각적 반응을 피했다. 다만 트위터를 통해 “당의 불의한 결정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개인 홈페이지는 정청래 더민주 의원의 컷오프 때와 마찬가지로 트래픽 초과로 다운됐다고 전했다. 이해찬 의원의 트위터는 공천배제 움직임이 포착된 며칠 전부터 세종시당 당원들의 서울 여의도 상경시위와 인터넷 생방송 소식 등을 집중 소개한 바 있다.
공천배제 뉴스 접하고 지지와 격려 전화가 쉴새없이 오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당의 불의한 결정에 대한 이해찬 후보의 입장을 조만간에 밝힐 예정입니다. 끝까지 응원해주십시오.
— 꼭 필요한 이해찬! (@lhc21net)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