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있는 한국인 선수는 현재로선 모두 9명입니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류현진(29·LA 다저스)과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제외한 7명의 한국인 선수들은 시범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아, 참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도 제외해야 겠네요. 올 시즌 연봉만 1400만 달러(한화 약 170억 원)에 달하는 추신수는 당연히 메이저리그에서 뛸 테니까요. 류현진과 강정호도 부상에서 회복만 된다면 1군에서 뛰는 건 당연한 일이니 이들 3명의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경쟁에서는 제외돼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6명의 선수는 시범경기가 퍽 중요합니다. 개개인의 계약조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개막전 로스터에서 빠지게 되면 생각과는 전혀 다른 한 해를 보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범경기 기간 중 가장 중요한 1주일이 이제 시작됐습니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3월 중순까지의 시범경기는 초청선수 등을 골고루 활용하면서 주전 선수들은 매 경기 한두 타석만 내보내는 등 컨디션 조절에 더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공식 개막 2주 정도 전부터는 개막전 일정에 맞춰 선수들을 운용합니다. 선발투수는 5이닝 이상 꽤 긴 이닝을 던지도록 하고, 불펜투수들도 각각의 역할에 맞게 등판을 시킵니다. 주전 타자들도 3~4타석을 뛰게 해 실전 대비 태세로 바꾸는 것이죠.
당연히 후보 선수들이나 초청선수 등이 자신의 실력을 선보일 기회는 그만큼 줄어듭니다. 따라서 이때쯤 개막전 로스터 진입 가능성을 따져 상당수 후보 선수들은 2군으로 내려 보내게 됩니다. 초청선수들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이때가 가장 많지요. 메이저리그 개막이 4월 4~5일(이하 한국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 주 초(21~22일) 쯤이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개막 로스터 탈락 소식을 들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나머지 6명의 선수 중 그나마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와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즈), 최지만(25·LA 에인절스)은 개막 로스터 진입이 유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병호는 14일 현재 시범경기에서 22타수 8안타, 타율 0.364에 3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한국인 거포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구단은 다음 달 19일 홈구장 타깃 필드에서 열리는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 ‘박병호 발코니’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이날 발표했습니다. 박병호가 1군에 없는 경우 이벤트를 할 리가 만무한 만큼 박병호는 이미 개막 로스터에 진입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승환도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개막 로스터 진입이 확정적입니다. 이날까지 3게임에서 3⅓이닝을 던져 몸에 맞는 볼 하나만 내준 채 무안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지만은 이날까지 25타수 7안타, 타율 0.280에 1홈런 6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볼넷도 5개나 얻어내 눈야구 실력도 과시하고 있습니다. 박병호 만큼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그는 룰5 드래프트로 입단한 만큼 구단이 쉽게 마이너리그로 내리기 어렵습니다.
룰5 드래프트로 영입한 선수는 그 다음해 25인 로스터에 포함시켜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포함시키지 않으면 다른 팀에서 자유롭게 데려갈 수 있기 때문에 LA 에인절스가 최지만을 개막전 로스터에서 제외하려면 엄청난 결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3명의 한국인 선수는 조금 다른 상황입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28)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34),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학주(25) 등 3명입니다.
김현수는 비교적 외야진의 경쟁이 덜한 볼티모어와 계약한데다 가장 실패할 확률이 적은 선수로 꼽혔으나 시범경기에서 예상외의 부진을 보이면서 개막 로스터 진입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이날까지 29타수 3안타, 0.103에 2타점 3삼진을 기록 중입니다. 하지만 극도의 부진을 벗어나 3게임 연속 안타를 쳐내고 있어 개막 로스터 진입 가능성을 비관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KBO리그 팬들에게 가장 큰 관심은 이대호 선수일 것입니다. KBO리그와 일본리그에서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음에도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이대호는 이날까지 15타수 4안타, 0.267에 1홈런 3타점을 기록 중입니다. 찬스 때 적시타를 치고 수비와 주루 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개막 로스터 진입을 아직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이학주 선수는 11타수 3안타, 0.273에 3타점을 기록 중입니다.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학주는 내야 백업 역할로 개막 로스터 진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 주 초가 메이저리그 진입을 노리는 한국인 선수들에겐 올 한 해 중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한국인 선수 9명이 포함되는 올해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