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심장 조직으로 만든 인공판막…선천성 심장병 환자에 첫 적용

입력 2016-03-14 15:35
면역거부 반응 줄인 차세대 인공심장판막과 이를 둘러싼 그물망(스텐트). 서울대병원 제공

국내 의료진이 돼지의 심장 조직으로 만든 인공판막을 선천성 심장병을 앓던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종(異種)간 이식에 따르는 면역거부 반응을 최소화했으며 가슴을 열고 하는 기존 방법과 달리 다리의 좁은 혈관을 통해 판막을 옮겨 심어 수술에 따른 환자 고통을 크게 줄였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흉부외과 김용진·임홍국 교수팀은 돼지 심낭(심장을 둘러싼 막) 조직으로 만든 인공판막에 특수 면역·화학 처리를 해 면역거부 반응을 줄인 ‘차세대 판막’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수차례 수술 받은 20대 여성의 폐동맥 부위에 이식했다.

판막은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거꾸로 흐르지 않게 하는 ‘문’이다. 폐동맥 판막은 심장(우심실)에서 폐로 피가 흐를 때 역류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 환자는 어릴 때부터 복합 심장기형으로 폐동맥 판막이 망가져 이런 기능이 없었다. 하지만 차세대 판막으로 교체·이식한 뒤 혈액 역류가 사라졌고 합병증 없이 건강을 회복했다.

의료진은 인공판막을 이식하기 위해 가슴을 열지 않았다. 대신 지름 10㎜의 사타구니 혈관(대퇴정맥)에 지름 7㎜ 도관을 삽입했다. 도관 안에 생체 적합성 그물망(스텐트)으로 쌓인 판막을 넣고 폐동맥 부위까지 밀어 올려 이식했다.

김기범 교수는 “폐동맥 판막 질환을 가진 많은 환자들이 앞으로 개심(개흉) 수술을 받지 않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또 “차세대 인공판막이 상용화되면 다른 심장판막 질환들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