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방선거 메르켈 소속당 대패, 반이민파 승리

입력 2016-03-14 08:30

독일 3개주(州)에서 13일(현지시간) 치러진 주의회 선거 결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이 패배하고 반난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크게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反)이민정책을 지지하는 우파 정당 지지율이 올라감에 따라 친난민 정책을 펴온 메르켈 총리의 향후 거취와 독일과 유럽의 난민 정책 향방을 결정짓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AfD는 “외출 시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고 말하는 여성을 등장시킨 광고를 내보내며 난민 범죄자 추방을 요구해왔다.

영국 BBC방송은 투표 마감 뒤 공영 ZDF TV가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 기민당은 작센안할트주에서만 다수당 자리를 지켜냈으며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는 녹색당, 라인란트팔츠주에서는 사민당에 다수당 자리를 내주게 됐다.

바덴뷔르템베르크는 1072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독일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州)로 기민당은 이곳에서 항상 1당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기민당은 27.5%를 얻는 데 그쳐 32.5%를 획득한 녹색당에 다수당 자리를 처음으로 내줬다. 5년 전 선거에서는 기민당이 39.0%, 녹색당이 24.2%였다.

401만 명 인구의 라인란트팔츠주에서는 사민당과 기민당이 각기 37.5%, 33.0%를 얻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AfD가 10.0%로 3당에 올랐다.

224만 명 인구의 작센안할트주에서는 기민당이 30.5%로 다수당을 차지했지만, AfD가 21.5%로 2당을 차지하며 대약진했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유럽의 난민 위기가 ‘난공불락’이었던 메르켈의 아우라를 흐리게 하고 있다”면서 난민들에게 유럽 국경을 열어둘 것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앞날이 불안하다고 12일 보도했다.

AfD의 선전은 메르켈 총리의 4기 연임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 전망이다. AfD의 의석수가 늘어날 경우 차기 정부와 상원인 분데스라트의 구성에도 변수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메르켈 총리에 도전할 만한 인물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한 기민당 의원은 “독일엔 아직 메르켈 총리에 대한 대안이 없으며 그녀 자신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난민 정책을 두고 기민당이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있어 메르켈 총리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작지 않으며, 위기를 수습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