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의 대결, 3연패 이후 얻은 인간의 값진 승리에 들떠 있을 때였다. 한 일본 기자가 던진 질문이 모두를 얼어붙게 했다.
13일 서울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 이후 열린 기자회견 당시 상황이 14일 인터넷에서 다시 주목을 끌었다.
이날 화두는 역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를 상대로 따낸 이세돌 9단의 첫 승리 소식이었다. 이세돌 9단은 기쁨에 찬 소감을 전했고,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축하를 건넸다.
회견 막바지 일본 NHK 기자가 발언 기회를 얻었다. 그는 알파고를 확장한 프로그램이 인간생명 관련 분야에 활용될 경우를 우려했다. 경기 도중 발생한 알파고의 오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기자는 “전문가들이 알파고 수순을 분석할 때 완전히 실수라고 판단한 것이 오히려 묘수였던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인공지능을 의학에 접목시키면 의학전문가들이 봤을 때 오류라고 생각되더라도 기계 판단에 따르는 혼란을 초래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질문을 받은 데미스 하사비스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입을 뗐다. 그는 먼저 “알파고는 프로토 타입(시험 제작) 단계에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아직 베타 단계도, 알파 단계도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그래서 저희가 이런 경기를 치르는 것”이라며 “알파고라는 프로그램이 어떤 문제와 단점을 갖고 있는지, 이세돌 9단처럼 훌륭한 기량을 가진 바둑기사들과 지속적으로 경기를 치러야 알아낼 수 있다”고 답했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바둑은 굉장히 아름다운 게임이지만 사실 의학과 바둑의 영역은 다르다”면서 “(알파고를) 의학에 적용한다면 아주 엄격한 테스킹과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 질문이 이번 대국의 핵심적인 질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네티즌은 “정말 완벽한 인공지능이라는 게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는 “알파고는 이번 대국에서 단 한 경기도 내주면 안 됐다. 인공지능에 있어 한 번의 실패는 끝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