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CPU 온도 보여줘”… 이세돌, 승리로 잠재운 불공정 의혹

입력 2016-03-14 06:05 수정 2016-03-14 06:13
이세돌(33) 9단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네 번째 맞대결 만에 첫 승을 따내며 불공정 게임 의혹을 잠재웠다. 정보 비대칭성 문제로 촉발된 불공정 게임 의혹을 유머로 받아들일 만큼 이세돌 9단을 응원하는 네티즌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4번기에서 180수 만에 불계승을 거둔 뒤 “3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 없다. 많은 격려 덕분에 한 판이라도 이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작은 사진은 ‘알파고’가 팝업창을 통해 ‘AlphaGo resigns(알파고 포기합니다)’라며 패배를 시인하는 장면. 곽경근 선임기자, 바둑TV 캡처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번기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180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이 알파고에 3연패를 당하는 동안 정보 비대칭성으로 불공정한 경기였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4국 승리 후 인터넷에선 ‘이세돌 vs 알파고, 새로운 중계법’이라는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알파고의 CPU 온도와 네트워크 사용량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실시간으로 내보내야 공정한 게임이다”라는 주장이 담겼다.

이세돌 9단이 13일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에서 알파고가 수를 두자 물을 마시고 있다. KBS1 중계화면 캡처

대국에서 알파고가 수를 두면 이세돌 9단이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고민하는 표정, 물을 마시는 장면 등이 중계방송에 송출된다. 알파고는 이 9단이 묘수를 뒀을 때 얼마나 많은 수를 계산하는지 짐작할 수 없어서 불공정한 중계방송이라는 유머로 인식되고 있다.

13일 인터넷에서는 알파고의 CPU 온도와 네트워크 사용량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중계방송에 실시간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게시물이 네티즌에게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불공정 게임 의혹은 사전에 이세돌 9단의 기보를 수집한 알파고가 클라우드로 연결된 다수의 컴퓨터로부터 정보를 받아 수를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불거졌다. 알파고가 수를 계산하는 데에는 CPU(중앙처리장치) 1202대, GPU(그래픽연산처리장치) 176대, 구글 서버 1000대가 동시에 이용된다. 반면 이세돌 9단은 구글 측의 알파고의 연습 기보 비공개로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대국에 임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알파고는 이세돌의 데이터를 모두 알고 있지만 이세돌은 알파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대국을 치렀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9단의 3연패 직후 네티즌은 “애초에 불공정 게임이었다” “이세돌에게 시간을 더 많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첫 승을 거두면서 불공정 게임 의혹도 누그러들었다.

이세돌 9단은 승리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서 불공정 게임 의혹을 언급했다. 이 9단은 “정보 비대칭성 얘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알파고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가 있었다면 수월했을 것이다”라며 “기본적으로는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9단은 대국을 거듭하면서 알파고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미리 수집한 정보는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9단의 승리 후 네티즌들은 불공정 게임 의혹으로 아쉬웠던 마음을 유머로 달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5번기 마지막 대국을 남겨뒀다. ‘감’ 잡은 이세돌 9단이 2연승으로 세기의 바둑대결을 끝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번기는 15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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