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로가 그리웠던 배우 홍광호와 뮤지컬 '빨래'

입력 2016-03-14 04:35

배우 홍광호의 뮤지컬 ‘빨래’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08년 ‘지킬앤하이드’의 타이틀롤을 맡으며 뮤지컬계 주연배우의 반열에 올라선 그는 이듬해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대신 ‘빨래’를 선택했다. 당시 ‘빨래’를 보고 깊이 감동받았던 그가 몽골 출신 이주 노동자 솔롱고 역할을 맡고 싶다고 여기저기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 전설처럼 회자되는 홍광호의 솔롱고가 탄생하게 됐다.

이후 뮤지컬계 특급스타로 부상한 뒤에도 그는 ‘빨래’를 잊지 못했다. 지난 2013년 첫 단독콘서트에 이어 지난해 2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 출연중 열었던 두 번째 단독콘서트에서도 그는 뮤지컬 ‘빨래’ 속 솔롱고의 넘버인 ‘안녕’과 ‘참 예뻐요’를 불렀다. 뮤지컬계에서 몸값 높은 배우 가운데 한명인 그가 7년만에 ‘빨래’의 솔롱고로 돌아온 것은 ‘빨래’가 그에게 얼마나 특별한 작품인지 여실히 알려준다.

그가 ‘빨래’로 돌아와 처음 무대에 섰던 지난 10일 공연은 무대와 객석 모두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번에 그를 포함해 배우들 일부가 바뀐 탓에 프로덕션에 새로운 활기와 설레임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티켓을 구하는데 성공한 관객들은 공연 내내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홍광호는 극 초반엔 솔롱고 역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노련함을 뽐내며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다. 여기에 홍광호가 부르는 뮤지컬 넘버들은 역시나 기대만큼 감동적이었다. 부드럽고 깊은 음색을 가진 그는 ‘안녕’ ‘참 예뻐요’ ‘내 이름은 솔롱고입니다’ 등의 넘버를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선보였다.

특히 서점에서 선배의 불법해고에 항의하다 징계받은 나영이가 동네 무지막지한 아저씨들과 싸움이 붙었을 때 솔롱고가 말리다 두드려 맞는 장면은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참아요, 외로워도 나를 기다리는 가족 때문에 참다 보면 가끔 잊어요. 우리도 사람이란 사실을~”로 시작되는 솔롱고와 나영의 ‘아프고 눈물나는 사람’은 이번 공연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나영 역으로 홍광호와 호흡을 맞춘 강연정의 호연이 어울어진 빛나는 장면이었다.

이외에 이번 공연의 별미로 홍광호의 하모니카 연주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빨래’는 홍광호가 가세한 이번 프로덕션에선 녹음반주(MR)와 기타·첼로·퍼커션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의 라이브를 섞어 음악적으로 풍성함을 더했는데, 홍광호는 두 장면에서 직접 하모니카를 불어 작품의 매력을 더했다.

뮤지컬계에서 배우와 작품의 궁합이라는 점에서 홍광호와 ‘빨래’는 최고의 찰떡궁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