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이해찬 의원을 공천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막판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헌 정청래 의원 등 낙천자들이 재심을 요구하는 등 주류 진영의 반발도 거세졌다.
더민주 비대위는 13일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이 의원 공천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아직 공천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7명(이해찬 전해철 설훈 이미경 박혜자 서영교 정호준)의 현역 의원 공천 여부를 14일 발표키로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비대위 내부에선 ‘용퇴’로 사실상 결론이 모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의원에게 시간적 여유를 줬지만 출마선언을 하는 바람에 조만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도 “상식적 판단을 할 것”이라며 “세종시에는 현재 3명이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전략적 판단에 따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전날 세종시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20대 총선 출마 의지를 재확인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 의원에 대한 ‘정무적 판단’과 별개로 예정된 공천 일정을 진행했다. 공관위는 공천 미발표 지역 60곳 가운데 신청자가 없는 27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의 공천 심사를 진행했다. 광주 서갑의 박혜자 의원은 경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야권연대를 위해 발표를 보류했던 김한길 의원의 지역구(서울 광진갑) 공천결과도 곧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작업도 21일까지 마무리짓기로 했다.
낙천한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본격화됐다. 재심을 청구한 전병헌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천 배제는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일”이라며 “연좌제 적용은 공직선거법의 기본원칙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당헌·당규 상 심사규정도 위배한 부당한 결정”이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도 전날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문재인 지도부’에서 총무본부장을 맡았던 최재성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정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김종인 지도부’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 의원은 “최근 공천과정을 놓고 보이는 선과 보이지 않는 손이 다 작동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눈과 귀를 가리는 분이 있다면 많은 성찰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정 의원 공천 탈락이 발표된 날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지도부에 있는 분들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대상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박영선 우윤근 비대위원 등 당내 인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의원은 또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에게 “야권분열 책임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불출마를 선언하고 야권통합과 연대를 위해 노력하라”고 일갈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당내에서는 ‘친문’(친문재인)·주류 진영을 대변하는 최 의원의 언급에 문 전 대표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한편 공천배제된 오영식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결과를 수용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더민주, 14일 현역의원 공천 결과 추가 발표
입력 2016-03-13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