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칼바람 공포 확산

입력 2016-03-13 16:20

새누리당 옛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 사이에서 공천 탈락 공포가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이명박(MB)맨’들이 공천에서 줄줄이 배제되면서다. 아직 공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예비후보들은 공천관리위원회 발표에 안테나를 바짝 세우는 모습이다.

2008년 18대 총선 때 공천 칼자루를 쥐었던 이방호(경남 사천·남해·하동) 전 사무총장과 정종복(경북 경주) 전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배제된 데 이어 주말 발표된 4차 공천안에선 서울 동대문갑에 출마한 장광근 전 의원이 탈락했다. 장 전 의원은 2009~2010년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이계다. 이 지역에선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의 공보특보를 지낸 허용범 예비후보가 단수추천을 받았다.

현역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공천 여부가 불확실한 서울의 이재오(은평을) 정두언(서대문을) 김용태(양천을) 의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정 의원과 김 의원은 해당 지역구에 다른 공천 신청자가 없어 발표가 늦어지는 것을 두고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두 사람은 이른바 살생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친이와 친박(친박근혜)의 공천 악연은 18대 총선 때부터 이어져왔다.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한나라당의 무게 중심은 친이계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당시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에서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친박 의원들이 대거 탈락했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친박계가 ‘25% 컷오프’를 내세워 친이계를 대거 탈락시켰다. 양측 모두 ‘공천 학살’의 아픔을 겪은 셈이다.

경선에 올라간 MB맨들의 성적표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산 기장에선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안경률 전 의원과 친박인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경선을 치르게 됐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울 중성동갑에서 김동성 전 성동을 당협위원장과 맞붙는다. 반면 친이계인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은 단수추천으로 이미 공천이 확정됐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