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세장의 물리적 충돌은 일리노이 대학에서 시작됐다. 유세 당일 트럼프가 도착하기 전부터 행사장에 몰려든 반대파 학생 수백명이 야유를 퍼부었고, 이에 항의하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뒤엉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개입하면서 곧바로 진정됐지만, 트럼프는 유세를 취소했다. 학생들은 “트럼프를 저지했다”며 환호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5명을 체포했다.
시위는 이 학교의 흑인과 라틴계 학생들이 1주일 전부터 계획을 세워 주도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후안 로하스는 “트럼프는 수많은 증오를 유발하고 있다”고 시위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날 세인트루이스 피바디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트럼프 반대파와 지지파 간 충돌이 빚어져 31명이 체포됐다. 클리블랜드 유세장에서는 트럼프에 항의하던 시위자들이 퇴장당했다.
트럼프는 12일 오하이오 데이튼 공항에서 유세를 강행했으나 괴한 1명이 차단막을 뛰어넘어 연단으로 돌진하자, 깜짝 놀라 연설을 중단했다. 경호원들이 즉각 무대로 뛰어올라 그를 에워쌌으나 괴한이 끌려나가자 트럼프는 연설을 재개했다.
당내 경쟁자들은 일제히 트럼프가 폭력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비난했다. 실제 트럼프는 그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거칠게 다룰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 2월 초 아이오와 유세 때 시위대의 방해가 이어지자 지지자들에게 소송비용을 책임질테니 시위대를 깨부수라고 격려했다. 또 같은달 라스베이거스 유세 때는 한 시위자가 연설을 방해하자 “얼굴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공화당과 미국을 극심하게 분열시키고 있다”며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된다면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도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그를 지지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폭력시위가 빚어진 뒤 처음 열린 12일의 공화당 지역별 경선에서는 트럼프가 완패했다.
워싱턴DC에서는 루비오 의원이 37.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면서 대의원 10명을 확보했다. 반면 트럼프는 13.8%에 그쳐 3위로 추락했고, 대의원은 한 명도 건지지 못했다.
와이오밍주에서는 크루즈 의원이 66.3%의 득표율로 1위를 하면서 대의원 9명을 확보했다. 트럼프는 7.2%에 그쳐 역시 3위로 떨어졌고 대의원은 딱 한 명 배정받았다.
이날 경선을 치른 곳은 대의원 규모가 작은 지역들이어서 트럼프의 선두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유세장 폭력으로 불거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트럼프의 지지도 추락으로 이어질지, 반대로 트럼프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미니 슈퍼 화요일의 선거가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