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계를 대표하는 이세돌(33) 9단이 13일 마침내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이 9단은 이날 열린 4차전에서 180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전날까지 치러진 3번의 대국에서 모두 패했던 이 9단은 이날 승리하면서 인간계 대표주자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냈다.
이날 알파고는 첫수에 우상귀 화점, 3수째는 좌상귀 소목을 두는 등 초반에 2국 때와 똑같은 전개를 보여줬다. 11수까지는 2국 때와 동일한 전개가 이어졌지만 이세돌 9단이 먼저 다르게 착점하면서 이후부터 2국과 다소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이세돌 9단은 초반 적극적인 승부 대신 다소 조심스럽게 대국에 임했다. 바둑 TV 해설을 맡은 홍민표 9단은 "현재 균형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건 이세돌 9단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것"이라며 "소위 말하는 '모 아니면 도' 작전을 써서라도 반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욱 8단도 "이세돌 9단이 실리 작전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좋은 흐름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새로운 수가 필요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간싸움에서도 이세돌 9단은 초읽기에 먼저 들어가면서 불리한 상황을 맞았다. 대국을 시작한지 2시간 57분 정도가 지난 후인 오후 3시57분쯤 이세돌 9단은 초읽기에 돌입했다. 반면 알파고는 1시간 이상의 시간 여유가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소모한 이 9단은 매번 초읽기로 둬야 하기 때문에 깊게 생각하면서 둘 여유가 없어지면서 4국에서도 지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알파고가 중앙 전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수를 남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승부처는 중앙이었는데 알파고가 우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했다는 게 해설자들의 분석이다.
알파고는 또 중앙의 약점을 보강하지 않은 체 좌하귀에도 뜻밖의 수를 두면서 전문가들은 이세돌이 이번 매치에서 처음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한목소리로 전했다.
알파고 개발자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도 4국 진행 도중 자신의 트위터에 "이세돌 9단의 대국 실력이 놀랍다"며 "알파고는 87수에서 혼란스러움을 겪었다(got confused on move 87)"고 흐름이 바뀌었음을 인정했다.
이세돌 9단은 전날 3연패 후 인터뷰에서 “제 실력이 모자랐다”며 패배를 인정했지만 남은 대국에 대해선 “끝까지 지켜봐 달라”며 각오를 다졌다.
정승훈 박구인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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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3 12:54 수정 2016-03-13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