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급여 16만원, 도랑물을 식수로 살아가는 노인

입력 2016-03-13 11:39 수정 2016-03-13 11:44
한달에 10만원 정도만 받으며 15년 동안 노동에 시달린 이광길씨의 사연이 지난달 공개되며 비슷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12일 KBS9뉴스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도랑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16만원의 임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77세 고판준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몸집이 왜소한 고씨는 참외하우스에서 잡초를 솎아내고 농약을 뿌리는 등 맨손으로 하루종일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마을주민들은 고씨는 일요일도 없이 매일 해가 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일을 한다고 전했다.

고씨는 비닐하우스 옆 허름한 농가 창고에 사방을 슬레이트로 두르고 시멘트 바닥에 장판 한 장을 깔고 살고 있다.


끼니는 라면 국물에 말아 놓은 밥을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며 때우고 있었다.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먹고 씻는 물은 창고 옆 도랑물로 해결하고 있다. 


고씨는 "참외 낼 때 조금 힘들고 참외 농사 다 지으면 철사, 비닐 뽑아내느라고 힘들다"고 말하며 삶의 고단함을 드러냈다.

고씨는 6년 전부터 이 마을 주민 박모씨 집에서 일하고 있다.

박씨는 "갈 곳 없는 고씨를 돌봐주고 있다"며 "크게 일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고씨가 이 마을에 들어온 건 50여년 전, 그동안 이 집 저 집을 떠돌며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게 지내 왔다.

그러나 관할 면사무소에서는 고씨의 상황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으며 아직 기초수급자로 지정도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있는 현실에 더욱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