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바둑의 神 되겠다…어떤 인간 기사도 이기기 힘들 것" 탄식

입력 2016-03-12 18:17

"알파고가 바둑의 신(神)이 될 수 있겠다. 어떤 인간 기사도 이기기 힘들 것 같다."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간 11일 3국이 알파고의 176수 백 불계승으로 끝난 뒤 한국 바둑의 '본산(本山)' 한국기원에서 터져 나온 탄식이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2층에 마련된 134석 규모 대국 중계실은 대국 시작 1시간 전부터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러 온 바둑인들로 북적였다.

바둑인들은 '인간 대표' 이 9단의 첫 승을 기원하며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계에 열중했다.

이 9단이 초반부터 변칙수를 쓰며 흔들기에 나섰지만 알파고가 역으로 받아치면서 이 9단을 곤경에 빠뜨리자 안타까운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 9단이 지난 2국에서 승부처로 지목했던 초중반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대국이 후반부로 접어들자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대국 종반 무렵 패싸움에 들어가자 분위기가 달아올랐지만 알파고가 패싸움마저 능숙한 모습을 보이자 "알파고가 바둑의 신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전평마저 나왔다.

이 9단이 오후 5시10분께 176수만에 백 불계패를 선언하자 바둑인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중계실을 떠났다. 자리를 떠나지 않고 대국을 복기하며 패인을 분석하는 이들도 보였다.

자리를 떠나는 바둑인들은 "충격적이다. 이 9단이 3연패 할지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인간이 알파고에 도전하는 거다", "1승은 할 수 있을까"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