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인간을 이겼다.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3연승을 거뒀다. 알파고의 승리로 AI의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이세돌 9단의 패배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두려움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가 올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인 전망부터 일자리 소멸, 프라이버시 침해,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 위협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까지 다양하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 AI가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 그 이후로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AI가 반복적인 육체·정신노동을 대체해 인간의 일자리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옥스퍼드대는 미국 직업 중 47%가 향후 20년 내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도구인 만큼 기계의 승리가 아닌 인간의 진보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디스토피아 같은) 공상과학소설 같은 과학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우리는 AI를 도구로 본다. 인간이 하기 힘든 작업이나 지겨운 일들의 자동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AI는 아직도 멀었다. 인간의 영역에 영향을 끼칠 AI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김재필·나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AI 로봇이라고 해도 인간의 감정까지는 소유할 수 없다"며 "AI에 어떤 제한된 행동을 프로그래밍화해 감정을 가진 것과 같은, 유사한 행동을 하도록 제어할 뿐이지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이번 대국은 인간에 대한 AI의 승리가 아니다. 알파고는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이고, AI는 인간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구글도 인간이 만든 기업이니 승패를 떠나 이번 대국은 인간의 승리"라고 평했다.
한국 인공지능 연구 1세대인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알파고를 '똑똑한 하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알파고 승리는 똑똑한 하인이 등장하는 격이다, 하인이 똑똑하면 주인이 편리해지지 않느냐, 하인(AI)을 어떻게 잘 부리느냐가 중요하다"며 "이세돌9단이 졌다고 두려워할 것 없다. AI는 극복 대상이 아니다. 성능 좋은 AI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알파고 승리는 똑똑한 하인 등장하는 격"…AI는 '두려움 아닌 극복 대상'
입력 2016-03-12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