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교육부의 프라임사업,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입력 2016-03-12 16:11 수정 2016-06-2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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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고] “교육부의 프라임사업,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기고자 : 이지성(24·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3학년)



정부 “산업수요 예측, 인력 미스매치 해소” vs 학생 “학과 통·폐합 반대” vs 학교 “재정 지원 받기 위해 사업 참여”

개강이 시작되고서 대학가 캠퍼스의 분위기는 아직도 싸늘하다.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30일 2016년도부터 신규로 추진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의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 프라임사업의 골자는 산업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학의 입학정원을 이동시키는 사업으로써 사회 수요와 대학 교육의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것이다.

사업 유형을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과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으로 나눠 대형은 입학정원 10% 혹은 200명 이상 이동, 소형은 입학정원의 5% 혹은 100명 이상 이동을 참여 조건으로 내세운다. 대형 사업에는 9개교 내외의 학교가 선정되어 총 1500억원, 소형 사업에는 10개교 내외의 학교가 선정되어 총 500억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진다.


대학가는 발빠르게 구조조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건국대는 동물생명과학대학과 생명환경과학대학의 통합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동물생명과학대학 소속 바이오산업공학과가 폐지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학교가 학과 폐지를 카카오톡으로 일방적으로 통보해 논란이 됐다. 중앙대는 예술대학 정원 150~200명을 줄이고 글로벌융합대학이라는 단과대를 신설해 정원을 이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가천대, 건국대, 숙명여대, 인하대, 중앙대, 경운대, 대구가톨릭대, 동의대 등 12개 대학이 프라임 사업(대형) 추진이 ‘사실상 확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이화여대, 조선대, 건양대, 영남대는 ‘유력’하며 경희대는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예체능·인문계열 ‘홀대’ vs 공학계열 ‘우대’

고용노동부는 오는 2024년까지 공학 계열은 노동 인력이 21만 9000명이 더 필요한 반면 인문 사회분야는 31만 8000명이 넘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향후 분야별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기위해 대학의 인문, 사회 및 교육(사범), 자연과학, 예체능 분야 정원을 줄여 공학 분야 정원을 확대키로 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에 의하면 지난 2010-2015학년도 전국 일반대학의 단순폐과 사례는 총 270건이라고 밝혔다. 이 중 인문사회계열 전공이 135건으로 정확히 절반을 차지하였고 예체능계열이 56건으로 폐과된 학과 중 총 70%가 예체능, 인문계열인 걸로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떨어지는 인문·사회계열과 예체능 학과는 폐과 우선순위에 있었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에 반대하면서 전국 6개 대학 내 학생회, 동아리, 학생들이 모여 ‘학공공성 실현! 대학생네트워크 모두의 대학’이라는 단체를 출범했다. 소속 집행위원 최장훈(29)씨는 “2006년 이후로 정부는 꾸준히 대학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왔고, 평가 기준은 취업률에 근거했다”고 전하며 “이러한 정부의 행보는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둔갑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률이 낮은 것은 대학의 학과 편제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문제이다. 대학의학과 편재를 변경한다 해서 취업난을 해소한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격”라고 덧붙였다.

교육부의 우려와 달리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의 발간자료에선 우리나라 대학의 공학 전공자 비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이미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기초 사회과학 분야로 볼 수 있는 사회/행동과학 전공자 비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수연 대교연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대학은 인문, 사회 및 자연과학 분야의 비중을 감소해왔고 공학 분야를 늘려왔다. 하지만 ‘대학 구조조정-인력 미스매치 해소-취업자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는 창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력수급 전망에 따라 학사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대학의 혼란과 재정적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떨어진다. 더구나 정부의 ‘강제적인’ 학사 개편은 더 큰 인력수급의 불균형과 대학의 획일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합의 없이…”

학생들은 반발하는 모양새다. 대학의 구조조정이 학생들과의 합의 없이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대는 프라임 사업에 참여하면서 무용학과 폐과를 결정했다. 학생들은 존속유지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변했고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 및 지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네 대학교는 교육의 본질을 잊었습니다”라며 “취업중십 교육정책,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우리의 배울 권리를 뺐지 마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12일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프라임 사업 추진에 대한 반대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총학생회는 “프라임 사업과 관련하여 여러 차례 기획처 및 총장실 등 관련 부처에 문의하고 반대 의사를 표시했지만, 학교 본부에서는 사업 추진을 부정하고 불분명한 대답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이화여대는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그 달 1일 학생 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르지 않는 방학기간에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은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부족하다”며 비판했다.

단과대 통합을 겪은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의 한 재학생은 “사실 이미 작년부터 교수님들께서 학과 통합에 대해 언질을 주셔서 놀랍지 않았다. 이미 교수님들끼리 합의한 상태였고 일방적으로 단과대 통합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번 바이오산업공학과 폐지에 대해서는 “올해 제일 높은 학년이 4학년(바이오산업공학과는 2013년에 신설)인데 난감한 상황이 됐다. 교육과정을 유지해준다고 해도 취업 후에는 없어진 과 출신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의 독단적인 모습도 문제지만 총학생회와 단과대학생회의 미온적 대응도 문제다”고 전하며 전체적으로 불통의 자세를 취하는 학교 내부 분위기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인하대 부총학생회장 조재원(24) 씨는 “우리 학교도 프라임 사업에 지원한다. 하지만 학교 본부는 사업안에 대해서 학생들과 구체적인 안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했다. 그는 “학교 본부가 간담회를 계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구조조정안에 대한 설명회 형식으로 진행 될 것이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과 합의할 지에 대한 질문에 학교는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총학생회는 학생들과 논의 없이 진행되는 구조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의 이러한 강제적이고 일방적 방향의 구조조정은 ‘제 살 깎아먹기’식 행위다. 교육부가 제시한 사업 선정 평가 항목에서 ‘대학 구성원간 합의’ 항목이 3점이나 배점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무분별한 학과 통·폐합이나 단순한 융·복합에 대해 철저히 심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결국은 ‘돈’이 문제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이유는 결국 정부의 재정 지원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많은 사립대학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전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하는 취약한 재정구조와 재단의 미미한 법인전입금 지원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지난해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운영수입총액대비 63.5%라고 밝혔다. 전체 운영수입의 3분의 2가량을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부터 등록금인상률 상한제와 등록금심의위원회가 도입되어 등록금 인상이 억제되고, 2012년 국가장학금제도 도입으로 국고보조금이 크게 증가하여 등록금 의존율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미국 명문 사립대학의 경우 재정 수입 중 등록금 의존율은 30% 이하인 것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으며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이렇게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의무교육을 받는 ‘학령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대학의 가장 큰 수입원인 학생들의 입학이 줄어들면서 등록금 벌이가 힘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보니 입학 정원을 줄이면서까지 재정 지원을 따내기 위해 정부 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와 동시에 사립대학 법인이 대학에 지원하는 경비인 법인전입금이 적어지고 있는 것도 재정난을 부추기고 있다. 2015년 사립대학 운영수입에서 법인전입금 비율은 4.3%에 불과하다. 법인의 대학재정 기여도가 매우 낮은 셈이다.

윤지관(한국대학학회 회장) 덕성여대 교수는 “한국 사학재단은 법으로 규정된 법정부담전입금조차 다 내는 대학이 소수에 불과할 정도로 소임을 못하고 있다. 재정적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는 반면에 지배구조는 재단에 권한이 집중되어 운영의 문제를 야기해왔다”고 말했다.

높은 등록금 의존율에 대해서는 “대학교육의 공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한국대학은 재원의 73%를 민간부담에 의존한다. OECD 평균은 정부재원 70%인 것과 정반대다. 즉 한국 대학생은 가장 많은 고등교육 비용을 부담하고 열악한 환경의 사립에 재학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대학정보공시센터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공시된 재정·회계 지표에 의하면 프라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보인 건국대의 경우 2015년 등록금 의존율(자금수익 총액대비)은 평균인 55.2%를 웃도는 54.6%였지만 법인전입금 비율은 평균 4.3%에 훨씬 못 미치는 1.8%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사업 참여 진행 중인 수도권 학교 중 가천대, 숙명여대, 인하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각각 67.1%, 61.7%, 61.3%를, 법인전입금 비율은 각각 8.4%, 0.02%, 3.1%를 보였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과)는 “한국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2016년 고등교육예산 규모는 9.2조원 정도인데 이 중 2조 4천억원 정도로 2년제와 4년제 대학 400여개 대학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15년 하버드 대학 예산은 5.2조 원, 스탠포드 대학 예산 7.2조 원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는 “프라임 사업과 같이 사업비 형식의 재정 지원은 특성화보다는 평가지표를 통한 경쟁 방식의 구조조정이기에 대학의 획일화를 유발한다. 이러한 사업은 정권에 따라 소멸되고 생성되기 때문에 투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교육부는 사업평가를 통해 대학의 통제를 강화하여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시키며, 대학 단위에서는 교육과 연구보다는 각종 평가에 대비하는 사업장으로 전락하면서 행정낭비를 발생한다”라고 전하며 현재 대학 구조조정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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