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7살 원영이, 계모 학대 끝에…

입력 2016-03-12 09:15 수정 2016-03-12 20:12
30대 계모가 예비 초등생 자녀를 학대하고 길에 버린 사건의 피해자인 신원영(6)군을 암매장했다고 자백한 1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서 신 군의 시신으로 추정되는 사체가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계모에게 학대받고 버려졌던 신원영(6)군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오전 7시40분쯤 평택시 청북면 한 야산에서 원영이의 시신을 찾았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의해 공개 수배된 지 3일만이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계모 김모(38)씨가 암매장했다고 자백한 원영이 조부의 묘지 근처다. 경찰은 김씨의 자백을 근거로 수색해 1시간여만에 원영이를 발견했다.

사진=뉴시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11월 원영이를 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욕실에 감금했다. 1월 28일에는 원영이에게 무릎을 꿇리고 락스를 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영이의 이마 피부 조직에선 락스에 의한 섬유화 현상이 발견됐다. 원영이는 락스에 노출된 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지난달 1일 오후 옷에 대변을 봤다는 이유로 한겨울에 찬물을 맞아야 했다. 

다음날인 2일 오전 9시쯤 신씨 부부는 욕실 바닥에 숨진 채 버려진 원영이를 이불에 말아 베란다에 둔 채 열흘을 보냈다. 이어 그 달 12일 심야에 원영이의 시신을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 묻었다.


원영이를 한때 돌봤던 박향순 전 지역아동보호센터 원장은 “배고파요라는 말을 달고 살던 아이”라며 원영이를 꼭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원영이를 속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음식을 좋아했던 아이로 기억했다. 또 평소 음식을 같이 나눠먹으며 잘 지냈던 것을 떠올렸다. 

앞서 원영이의 누나가 친엄마에게 쓴 편지가 알려지며 네티즌들의 걱정을 불러모았다. 편지에는 “원영이가 엄마를 많이 보고싶어 해요”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박 전 원장은 10일 원영이와 3살 터울의 누나가 친엄마에게 쓴 편지를 공개했다.

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아프지 말고 잘 지내세요.

원영이가 많이 보고싶어 해요.

저도 보고 싶고요.

새엄마가 집에 들어오는 대신, 방에서 말 한마디도 못하고 밥은커녕 김밥만 줘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사랑해요.

경찰은 지난 4일 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원영이가 학교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학교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다. 2013년 6월부터 원영이와 함께 살아온 계모 김씨는 아이들을 굶기고 자택 빌라 베란다에 감금하는가 하면 1주일에 3~4차례씩 아이들을 때리고 길에 버린 혐의로 9일 구속했다. 원영이의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굶주림과 다발성 피하출혈 및 저체온 등 복합적인 사인이 있다”고 1차 소견을 밝혔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