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연대 문제로 불거진 국민의당 안·천·김(안철수·천정배·김한길) ‘트로이카’의 내분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김 의원이 탈당하고 지난 2월 2일 합당한 국민의당과 국민회의가 분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심 쟁점은 비호남 지역의 선거 연대 여부로 보이지만 광주 지역 공천권 등 트로이카 간 이견이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천 공동대표와 김 의원은 불참했다. 전날 선거 연대 여부를 놓고 트로이카가 회동했지만 이견 조율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도부 두 명이 전격적으로 당무 거부에 들어간 것이다.
대신 천 대표는 함세웅 신부 등 야권 연대를 주장하는 시민사회 인사들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갖고 연대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오찬 장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역 단일화는 필수적인 것이라 본다”며 “어렵더라도 당 대표들 간의 의견 합치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견이 조정될 때까지는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대표직 사퇴나 분당을 고려하냐는 질문에는 “그런 얘기 할 때가 전혀 아니다”고 했지만 측근들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했다.
김 의원도 최고위가 열린 의원회관 간담회실이 아니라 회관 개인 사무실로 출근한 뒤 선대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성명에서 “전날 밤, 수도권 야권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간곡하게 설명드렸다”며 “집권세력의 압승을 막아내는 동시에 야권과 우리당의 의석수를 최대한 늘리기 위함이었으나 안 공동대표의 강고한 반대를 넘지 못함으로 이에 선대위원장의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최고위에서 “하던 대로 (통합·연대를) 하면 만년 야당 2등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허허벌판 칼바람이 불어도 한발씩 힘내서 갈 것”이라고 언급하며 의지를 다졌다.
트로이카의 내분 이유는 표면적으로 비호남권 지역의 선거 연대 여부다. 창당 명분을 버릴 수 없다는 안 대표 측과 새누리당 압승 저지를 막아야 한다는 ‘천·김 연대’가 맞서는 형국이다. ‘아름다운’ 명분 싸움이지만 이면에는 안철수계, 천정배·김한길계의 이익 다툼이 내제돼 있다는 분석이다. 연대 압박에 맥없이 뚫려 창당 명분을 잃는다면 대권을 바라보는 안 대표의 이미지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 ‘또 철수 정치냐’는 비판이다. 안 대표는 수도권 지역이지만 총선 패배 가능성도 낮다. 천 대표는 연대 문제로 안 대표와 각을 세우는 듯 보이지만 광주 지역 공천 문제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 광진갑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야권 분열로 총선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 의원 측이 “애초 국민의당 창당 전 연대 부분에 대해 합의하고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국민의당 연대 놓고 트로이카 내분 폭발
입력 2016-03-11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