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공관위원 배제한 채 공천 발표 강행한 이한구

입력 2016-03-11 16:05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관위 활동 중단을 선언한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을 배제한 채 3차 공천발표를 강행하는 강수를 뒀다. 이 위원장은 둘을 기다리지 않고 심사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후보자 등록까지 불과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긴박한 상황이어서 비박(비박근혜)계가 계속 반발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공천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논의한 건 발표하지 말자고 합의가 됐는데 두 사람은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위원장은 황 총장 등이 공관위 회의 내용을 김무성 대표 측에게 자주 보고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회의에서도 이 위원장은 황 총장에게 정보유출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의 독립성을 황 총장과 홍 제1사무부총장이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전날 2차 공천결과 발표 도중 김 대표 경선 발표를 촉구하는 ‘쪽지’를 전달받은 것에 대해 “말이 안 되는 행동이다. 누구든지 공관위원장에게 그런 걸 강요해선 안 된다”며 독립성 문제를 지적했다.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경고다.

이 위원장은 공천발표 강행에 대해서 “전날 이미 결정됐던 것이고 몇 차례 연락해 회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둘 다 당직자고 고위직이다. 그런데도 선거준비를 외면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공관위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현장은 하루가 급하다고 난리인데 둘이 참석 안했다고 (발표와 심사를) 계속 미뤄야 하느냐”고도 했다.

텃밭 물갈이, 중진탈락, 킬러투입 등 민감한 공천결정을 코앞에 두고 있는 만큼 이 위원장으로서는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공관위는 막말 논란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 거취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

이 위원장과 홍 제1사무부총장은 오후 공관위 전체회의를 위해 당사로 들어오는 도중 기자들 앞에서 말다툼까지 벌이며 갈등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홍 제1사무부총장을 보자 “회의는 안 나오고 인터뷰만 하시더라”고 꼬집었고, 홍 제1사무부총장은 “오늘 그렇게 뵈려고 해도 ‘용안’을 뵐 수가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이 위원장은 “몇 차례나 연락했다. 우리는 바보냐”고 소리도 질렀다. 그는 “오전에 공관위원들이 모였는데 성토대회가 열렸다. 좀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