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일동안 학생 4명 자살, 홍콩 충격 대책마련

입력 2016-03-11 15:33
최근 5일 동안 4명의 학생이 자살한 홍콩이 충격에 휩싸였다. 교육 당국은 긴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많다.

11일 명보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새 학년도가 시작된 이후 지난 9일까지 22명의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최근 5일 사이에만 자살한 학생이 4명이나 된다. 11세 중학생에서 22세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중·고등학생은 12명, 대학생은 10명이다. 예년과 비교해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홍콩대 자살방지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10~19세의 자살은 연 18건 이하였고, 15~24세는 최근 5년 동안 연 23건이었다.

홍콩 교육국은 10일 교육계와 학부모 대표 등을 긴급 소집해 대책회의를 갖고 5개 항의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립, 학생 자살의 원인과 예방 방법을 연구해 6개월 뒤 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단기적으로는 심리학자들을 각 학교로 파견해 자문을 하도록 했고, 학부모들과 교사들을 상대로 자살 예방 등에 대한 강좌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너무 안일한 대책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교장은 “각 학교에 최소 한 명 이상의 심리학자가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국은 대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홍콩에서는 6개 학교 당 1명의 심리학자가 배치돼 있다. 교육계를 대표한 예젠위안 입법회 의원은 “교사들은 업무가 과중해 심리학자들의 강의를 듣더라도 이를 실천할 여유가 없다”면서 “학생 대 교사 비율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시내 한 초등학교의 펑비이 교장은 “당국이 문제의 표면만 건드리고 있다”면서 “학교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성적 위주의 교육시스템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학부모 수만명은 초등학생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평가시험 폐지 청원을 내기도 했다. 홍콩 교육대학의 우순룽 박사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 없이 다른 대책들은 어떤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