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그루중 나홀로 생존 '기적'의 소나무

입력 2016-03-12 00:03
<b>7만 그루 중 홀로 생존한 '기적의 소나무'…염해로 2012년 고사했지만, 가지 접목에 성공…현재 가지 2개가 1m높이로 성장</b>

【리쿠젠타카타=AP/뉴시스】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던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에 쓰나미를 이기고 살아남은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서 있다.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 46분, 규모 9.0의 강진이 동일본 지역을 강타했다. 그리고 이내 영화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쓰나미가 해안을 덮쳤다.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이와테(岩手)현 리쿠젠다카타(陸前高田)시도 거대 쓰나미가 휩쓸어 시 주민 2만 4246명 중1759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리쿠젠다카시 해안에 심겨진 7만여 그루의 소나무는 쓰나미에 쓰러져 버렸다. 그러나 거대한 쓰나미도 꺾지 못한 단 한그루의 소나무가 있었다. 7만여 그루 중 홀로 생존한 일명 '기적의 소나무'이다.

쓰나미가 휩쓸어 폐허가 된 해안에 홀로 자리를 지키고 선 '기적의 소나무'는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듯 했다. 가족과 친구, 생활터전 등 모든 것을 잃어버린 동일본 지역 주민들은 이 소나무를 보며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쓰나미를 이겨낸 이 소나무는 '부흥의 상징'이 되어 재해 이후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줬다.

이 소나무는 그 후 어떻게 됐을까. 동일본 대지진 5주년을 맞은 오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기적의 소나무 소식을 전했다.

기적의 소나무는 쓰나미는 용케 견뎌냈지만 바닷물에 뿌리가 썩어 2012년 5월 고사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소나무는 고사한 후 방부처리돼 기념물로서 원래 서 있던 그자리에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다카다 소나무밭을 지키는 모임'의 부이사장인 고야마 요시히로(小山芳弘, 64)는 쓰나미를 견뎌낸 기적의 소나무의 당시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부모가 몸을 내밀어 아이를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고 고야마는 말했다. 홀로 살아남은 소나무 주변에는 많은 소나무들이 스러져 있었던 것. 그 모습에 감동한 고야마는 "이 소나무를 어떻게든 살아남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고야마씨는 지진 발생 2개월 후쯤 나무 밑 둥에 떨어져 있던 가지를 문득 발견했다. 그는 "소나무가 마치 '네가 해 보렴'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약 5㎝길이의 가지 7개를 집으로 가져가 접목해 기르기 시작했다. 7개 가지 중 5개는 금방 성장이 멈췄지만 현재 2개의 가지가 높이 1m 정도까지 성장했다. 기적의 소나무는 고사했지만 그 생명을 잇는 묘목은 이번 3월 중에 시마네(島根)현 이즈모(出雲)시에 심겨질 예정이다.

고야마는 "전국에서 모인 참배자들에게 자연재해의 무서움과 방재의식의 중요성을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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