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부인 에미네 여사가 오토만 제국 시절 술탄들이 부인과 첩들을 위한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던 하렘에 대해 “여성들이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시설이었다”고 칭송했다가 터키 내에서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고 영국 BBC 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미네 여사는 9일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술탄을 위한 한 공식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터키 TV들은 전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은 무엇보다도 어머니”라고 말해 이스탄불에서 항의 시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하렘은 술탄들이 부인과 첩들, 여성 하녀들을 집단 생활하게 했던 곳으로 가까운 친척을 제외하면 남성들의 방문이 금지됐었고 하렘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들은 거세를 당해야만 했었다. 오토만 제국 전성 시절 하렘에 거주하는 여성 수는 수백명에 달했었다.
이스탄불의 톱카피 궁전이 하렘으로 사용됐으며 이곳은 지난 1924년 이후 박물관으로 변모했다.
에미네 여사는 “하렘은 오토만 제국 여성 왕족들을 위한 교육 시설이었으며 당시 하렘에 거주하던 여성들의 삶을 좇아보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렘에서 여성들이 일부 교육을 받은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당시 일단 하렘에 들어간 여성은 빠져나오고 싶어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없었다.
에미네 여사의 발언에 터키 소셜 미디어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GaziCaglar라는 아이디의 트위터 이용자는 “일부 교육이 이뤄졌다고 하렘을 교육 시설이라 말하는 것은 넌센스다. 하렘은 약 400명에 달하는 첩들을 가둬 두는 곳일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anlam75라는 또다른 이용자는 “하렘이 교육 시설이었다면 왜 남자 직원들을 거세했느냐”고 물었다.
@kizmonot이라는 트위터는 “하렘을 교육시설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딸들을 미국 대학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두 딸 모두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공부한 것을 비꼰 것이다.
그러나 친정부 성향의 언론인 세렌 케나르는 “하렘의 여성들은 단지 성욕의 대상이었다는 것은 유럽 학자들의 그릇된 인식이며 하렘이 교육 시설이었다는 에미네 여사의 인식이 정확한 것”이라고 그녀를 옹호했다. 뉴시스
터키 대통령 부인 "하렘은 여성 교육기관" …국민들 거센 반발
입력 2016-03-11 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