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라는 표현을 흔히 쓰지만 실제 이 느낌을 내긴 쉽지 않다. 그런데, 진짜가 나타났다.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진구 김지원 커플이 그 완벽한 예시가 되겠다.
태양의 후예는 방영 전부터 송중기 송혜교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반응은 역시 폭발했다. 시청률이 꾸준히 증가 추세다. 9일 방송된 5회는 27.4%(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이날 최고 순간 시청률은 34%를 찍었다.
‘송송 커플’을 향한 열렬한 지지가 쏟아진다. 연기는 물론 얼굴까지 너무 ‘잘 하는’ 송중기(유시진 역)는 여심을 사로잡았다. 송혜교(강모연 역) 역시 ‘브라운관 퀸’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중이다.
여기서 잠깐. 메인커플만 있는 게 아니다. 태양의 후예는 서브커플에 열광하는 팬들이 유독 많다. ‘구원 커플 앓이’라고나 할까.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진구(서대영 역)와 여성스러운 이미지의 김지원(윤명주 역)이 놀라운 케미를 만든다.
구원 커플 분량은 그야말로 ‘짠내’가 난다. 이들 에피소드는 회당 서너 장면 나올까 말까다.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한다. 놀라운 건 그 안에서도 충분한 내러티브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극중 명주와 대영이 병원에서 마주한 신이었다. “언제까지 피해다닐 거냐”며 매달리는 명주와 매몰차게 거절하는 대영은 분명 일반적인 커플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에겐 사연이 있었다. 특전사 사령관이자 명주 아버지인 윤 중장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군 계급상 중위인 대영이 사윗감으로 눈에 차지 않았다. 중위인 명주의 짝으로 유시진 대위를 일찌감치 점찍어둔 차였다.
이런 스토리는 둘 사이 애틋함을 더했다. 더군다나 명주와 대영의 과거신이 하나 둘 공개되면서 감정의 두께가 차곡차곡 쌓였다.
시작은 대영의 전 여자친구 결혼식 때부터였다. 명주가 “새로운 여자친구 행세를 해주겠다”며 동행을 자처했다. 자신을 떠난 전 여자친구의 죄책감을 덜어주고 싶었던 대영은 명주의 제안에 응했다.
이후 부대 내에는 명주와 대영이 사귄다는 소문이 퍼졌다. 시진과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명주가 꾸며낸 얘기였는데, 순식간에 부풀었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따로 만나 투닥거리던 두 사람은 시나브로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윤 중장의 뜻을 꺾지 못한 대영은 이별을 결심했다. 애써 밀어냈지만, 명주는 요지부동이었다. 대영을 따라 우르크 파병까지 지원했다. 윤 중장은 결국 대영의 본국 철수를 명했다.
비행장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또 다시 눈물의 이별을 했다. 이때만큼은 대영도 어쩔 수 없었다. 오열하는 명주를 품에 안고 다독였다. “모기가 많다. 더워도 꼭 전투복을 입으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돌아섰다.
달달했던 과거와 슬픈 현재가 교차되며 감정의 진폭은 커졌다. 구원 커플을 향한 시청자들의 동요가 큰 건 그래서다.
배우들 연기력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다. 언제쯤 이들이 마음껏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일단 분량이나 좀 늘려주시지 말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