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한국을 이길 수 없다”

입력 2016-03-11 00:03 수정 2016-03-11 00:03
알파고의 예상 밖 신승에 대한민국이 떠들썩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거다” “인간이 기계에 무릎을 꿇었다” 등의 비관적 분위기가 팽배했는데요. 하지만 낙담하기는 이릅니다. 한국에는 알파고가 절대로 극복하지 못할 많은 수가 있습니다.

첫수, 알파고는 ‘셧다운제’를 이겨낼 수 없다

한낱 기계에 불과한 알파고는 ‘셧다운제’ 앞에선 무용지물에 불과합니다. 여성가족부에 의해 만들어진 셧다운제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6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법입니다. 알파고가 보편화돼 국내의 젊은 바둑 유망주들과 대국을 펼치더라도 자정이 되면 강제로 종료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MBC 캡처

또 알파고는 ‘폭력성’을 조장하고 ‘청년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에서 게임물 사전심의제도 등의 각종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2014년 게임산업의 수출액은 29억7383만달러로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한류 열풍의 스포트라이트 밖에 머물렀습니다.

게임산업의 2014년 수출액은 캐릭터(4억8923만달러), 지식정보(4억7965만달러), 방송(3억3601만달러), 음악(3억3565만달러)의 7배에 육박했습니다. 반면 사업체 수는 2009년 3만개에서 2014년 1만4000개로 절반 이상 줄어들 테고, 게임 사업 종사자 수는 2009년 9만2000여명에서 2014년 8만7000여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두 번째 수, 알파고는 ‘Korean Law’를 이겨낼 수 없다.

알파고는 바둑판의 점 위에만 수를 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파고가 상대해야 할 한국의 고수들은 바둑판의 4점 사이, 공간에도 수를 둘 수 있습니다. 법과 제도를 고려치 않는 변칙의 한 수입니다. 로직에 의해 규정만을 지키도록 설계된 알파고는 상대의 변칙 수에 계산 과부하가 걸려 블루스크린을 띄울지도 모릅니다.

사진=tvN 캡처

알파고가 마주해야 할 대한민국의 법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따르고 있습니다. 1990년 이후 대한민국 10대 재벌 총수 중 7명은 2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형이 확정된 후 평균 9개월 만에 사면을 받고 현직에 복귀했습니다. 1만8754명에게 1조3000억원을 사기를 치고도 징역 3년, 5650회에 걸쳐 200억을 사기를 쳐도 벌금 1500만원에 그치는 게 경제사범들입니다.

세 번째 수, 어떤 수에도 흙수저를 벗어날 수 없다

알파고는 금수저입니까? 통계청은 평생 노력해서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1.8%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알파고가 흙수저라면 자신의 어떤 수에도 신분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신분 상승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선 78.2%의 사람들이 포기의 수를 뒀습니다.


인구분포와 소득분포의 관계를 나타내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수치인 지니계수는 0~1 사이의 값 사이에서 움직입니다. 수치가 낮을수록 집계 대상(소득, 자산)의 분포 상태가 고르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3년 0.347로 ‘세계경제포럼(WEF) 2015’ 자료에 등장한 선진 30개국 가운데 5번째로 높았습니다.

알파고는 영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난 개천의 용입니다. 국내 어느 회사가 유명 바둑 기사를 이길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개발자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을까요? 알파고는 대한민국을 이길 수 없지만, 이세돌과 대한민국은 알파고에 지고 말았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