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표 물갈이...‘당선 가능성 중시’

입력 2016-03-10 16:43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정청래 윤후덕 의원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부 의원을 제외한 상당수 현역 의원을 단수공천하거나 경선에 붙인 것은 ‘당선가능성’을 가장 중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강조해온 계파주의 척결의 핵심 세력인 ‘친노·운동권’은 고스란히 자리를 보전한 ‘알맹이 빠진 공천’이라는 분석이다. 대규모 ‘현역 물갈이’ 강행시 후보군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반영됐다.

◇공관위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공관위가 10일 서울 마포을을 전략공천지역으로 분류하면서 사실상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정청래 의원은 그동안의 ‘막말 논란’이 가장 주요한 탈락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 핵심 관계자는 “정 의원이 면접 심사에서 일부 언론이 자신의 발언 일부분만 부각시켜 논란을 확대시켰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결국 본인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 아니냐”라며 “미디어 환경이 변화했다고 해도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의원의 높은 지지도와 그동안의 당 기여도 등을 이유로 공관위원들 간 이견도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후덕(경기 파주갑) 의원 역시 딸 취업청탁 전화 논란이 탈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공천 탈락한 강동원(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도 지난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18대 대선 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거친 발언을 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된 경력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부좌현 의원(경기 안산단원을)은 의정활동에 대한 공관위원들의 부정적 평가에 의해 탈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친노·86그룹 상당수 단수 공천=공관위는 이날 23명의 현역 의원을 단수공천하고 4명은 경선에 붙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낡은 진보’ ‘계파주의’ 청산을 공언한 만큼 대대적 공천탈락이 예견됐던 친노(친노무현)·‘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의원들도 대부분 단수공천을 받았다. 친노 진영에서는 박남춘(인천 남동갑) 의원과 비례대표인 배재정 최민희 의원 등이, 86그룹에서는 이인영(서울 구로갑) 우상호(서울 노원을) 의원과 송영길 전 의원 등이 4·13 총선 본선에 직행했다. 당 일각에서는 “특정 그룹에 속한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다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주장과 “그동안 김 대표가 주장했던 ‘계파주의 청산’도 구호에 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동시에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홍창선 공관위원장은 “잔치를 해야 하는데, 밥상 위의 음식을 다 버리라고 하면 밥과 콩나물만 가지고 무슨 잔치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미 35명의 의원이 탈당이나 불출마, 공천배제 등의 이유로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돼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총선은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만큼 대규모 물갈이를 시도할 경우 물갈이를 했다는 명분만 살리고 실리는 챙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역 여성 의원도 공천심사를 무난히 통과하고 있다. 공관위 측은 “‘지역구 후보자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해야 한다’는 당헌 때문에 현역 여성 의원들을 탈락시킬 경우 당헌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더민주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탈락한 여성 의원은 전정희 임수경 의원 뿐이다. 홍 위원장은 이종걸(경기 안양만안) 원내대표를 단수공천한 것과 관련해 “원내지도부를 흔들면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비대위원인 박영선(서울 구로을)도 단수공천자 명단에 포함됐다. 공관위는 이날까지 중진 의원들에 대한 정밀심사를 완료한 뒤, 11일 초·재선 의원 수명과 중진 의원 일부가 포함된 추가 탈락자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홍 위원장은 현재까지의 공천 결과에 대해 “헌정사상 이렇게 조용한 공천은 없었다”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그러면 자신들이 해보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