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죽여버려”라고 막말과 욕설을 한 윤상현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김 대표 자택을 찾아 사과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만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윤 의원은 김 대표가 없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막말 경위를 설명했다.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최고위원들은 이 사건을 클린공천지원단으로 넘기기로 했다. 클린공천단은 이한구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관리위원회 산하 조직이다. 통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공천 개입’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을 당 지도부가 어물쩍 덮고 넘어가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親朴, 사태 봉합에 안간힘…金 “본질은 공천개입”=윤 의원은 전날에도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 당 대표실을 찾았지만 불발됐다. 그러자 이날은 김 대표가 살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1층 로비에서 기다리다 출근하는 김 대표를 붙잡고 사과했다. 윤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님을 만나서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오히려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인사는 “없는 데선 나라님도 욕한다는데, 대표를 욕한 걸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며 “자꾸 김 대표를 찾아와 사과만 할 게 아니라 통화 상대가 누구였는지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김 대표는 김종필 전 총리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새누리당이 국민공천제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는데 여러 가지 방해와 저항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 녹취파일이 공개된 후 침묵을 지켜오다 공개석상에서 뼈 있는 말을 한 것이다.
친박 의원들은 사태 봉합에 안간힘을 썼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김 대표에게 ‘통 큰 모습’을 주문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큰 마음으로 한발씩 양보해 달라”고 했고, 이인제 최고위원은 “대의를 위해 사소한 감정은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최고위에 윤 의원을 부르자 김 대표는 먼저 자리를 떴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을동 최고위원도 “다 마음에 안 든다”고 박차고 나갔다. 김 대표가 없는 자리에서 최고위원들은 클린공천단에 진상조사를 맡기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말을 둘러싼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통화 대상은 미궁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정치권엔 특정 인사를 거론하는 ‘찌라시’가 돌기 시작했다. 통화 대상자로 지목된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이 기자 간담회를 자처해 해명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는 “윤 의원과 나는 통화는 하는데, (윤 의원이 김 대표 죽이라고 말한) 지난달 27일엔 통화한 적이 없다”며 “통화 내역은 지워졌지만 그런 통화를 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여기에 이 위원장이 전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내내 어수선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나는 누구라도 만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된다”며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위원 깜깜이 클린공천단, 진상조사엔 한계=윤 의원 막말 사건을 조사하게 된 클린공천단은 단장이 김회선 의원이라는 것 외에 누가 참여하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공천 위원이기도 한 김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명단이 알려지는 순간 온갖 예비후보들이 위원들을 접촉하려고 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막말 사건에 대해선 “노코멘트”라고 입을 닫았다. 한 당직자는 “수사권도 없는 클린공천단이 무슨 수로 진상을 조사하겠는가”라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윤상현, 김무성 집 찾아가 사과
입력 2016-03-10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