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외국인 강력 범죄 잇따라…전문 수사인력 양성과 전담기구 설치 시급

입력 2016-03-10 16:30
광주·전남지역에 2000년대 이후 외국인 근로자 등이 늘면서 관련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단순 절도와 폭행에서 강도와 살인 등으로 범죄양상이 흉포화 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케냐 국적의 20대 외국인이 지난 9일 오전 PC방 종업원을 살해하고 다른 손님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대표적이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0일 PC방 종업원을 숨지게 하고 다른 손님의 돈을 빼앗으려 한 혐의(강도살인)로 케냐 출신 M(28)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M씨는 9일 오전 11시를 전후해 광주 북구 모 PC방 화장실에서 종업원 A(38)씨의 입안에 젓가락 등을 찔러 넣어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M씨는 PC방 손님 B(21)씨를 상대로 강도행각에 나서 패딩 점퍼와 휴대전화를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B씨의 신고에 따라 출동한 경찰은 PC방에서 200여m 떨어진 번화가에서 이날 오전 11시20분쯤 M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용봉동에 거주해온 M씨가 PC방에 이날 오전 9시10분쯤 들어갔다가 30여분 뒤 A씨와 PC방 화장실에 함께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이 PC방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결과 화장실에서 혼자 나왔던 M씨는 PC방에서 사용하는 젓가락 등을 들고 다시 화장실로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후 M씨가 숨진 A씨를 화장실에서 끌고나와 비상구 계단으로 옮겼으며 A씨의 입에는 젓가락이 찔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M씨가 바닥의 피를 닦는 등 범행 증거를 없앤 뒤 A씨의 서류가방과 금고 등을 뒤졌다고 덧붙였다. M씨는 범행 직후 PC방을 찾은 B씨를 상대로 돈을 빼앗는 2차 범행에 나섰다가 점퍼와 휴대전화만 챙긴 뒤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해 7월 3개월짜리 단기비자로 입국한 M씨가 광주에 머물다가 같은 해 8월25일 난민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난민신청을 할 경우 비자기간이 지나도 불법체류자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경찰은 구체적 범행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으나 M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경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광주경찰청 외사계는 이날 판돈 1000여만원을 걸고 상습도박을 벌인 혐의(도박 등)로 캄보디아인 16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로모(32)씨 등은 지난달 21일 새벽 광주 비아동의 한 빌라에서 속칭 ‘아바웅’이라는 캄보디아 방식의 도박판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로모씨는 2007년 취업비자로 입국했으나 추가 체류등록을 하지 않아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중국인 불법체류자 C(42)씨가 음주단속 중이던 경찰관을 승용차로 치고 달아났다. 지난해 12월 8일에는 광산구 한 편의점에서 러시아인 D(35)씨가 양주 등을 훔쳤다가 특수절도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광주지역의 외국인 범죄는 동남아 등에서 근로자들이 본격 유입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해마다 증가추세다. 외국인 범죄는 2010년 243건에서 2015년 467건으로 5년여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기간동안 살인 4건, 강도 10건이 발생하는 등 강력사건도 갈수록 빈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찰은 그동안 65명의 외국인을 구속하고 1885명을 불구속 입건했지만 전담 부서인 외사계 인력이 태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12월 기준 90일 이상 광주에 체류하는 장기 거주 외국인은 1만8455명으로 단기 체류자를 포함하면 3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체류 중 강제추방을 피하다가 우발적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들이 적잖다”며 “범죄수법이 흉폭해진만큼 전문 수사인력을 양성하고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