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 페루 대선을 앞두고 선두주자인 게이코 후지모리(40) 후보에 이어 지지율 2위인 훌리오 구스만(45) 후보의 대선 출마가 사실상 좌절됐다. 이로써 부패와 혹정으로 퇴진한 알베르토 후지모리(77) 전 페루 대통령의 딸인 후지모리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져 ‘부녀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9일(현지시간) 페루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권당인 페루국민당 소속의 구스만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선관위는 페루국민당이 구스만을 후보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충분히 사전통지 없이 총회를 여는 등 당규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스만 측은 “노골적인 불법 결정이자 선관위가 대통령을 뽑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구스만은 선관위에 항소할 수 있지만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
AP에 따르면 중도파 경제학자인 구스만은 보수파인 민중권력당 소속 현역 의원인 후지모리(35%)에 이어 지지율 17%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나머지 후보들은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치고 있다. 구스만은 범죄예방 및 부채청산을 내걸어 인기를 끌어왔다.
현지에서는 다음달 대선에서 어느 누구도 과반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6월 5일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었다. 이때 구스만에게 표가 몰려 후지모리를 역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후지모리의 승리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남미 매체 라틴포스트에 따르면 후지모리는 청년고용 우대제와 수출세 인하, 대규모 토목사업 등 아버지가 중점을 뒀던 경제공약을 내걸었다. 일본계 페루인인 그녀의 아버지는 1990년부터 10년간 집권하며 인권 탄압과 부패를 저질러 2009년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후지모리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공부한 뒤 귀국해 2006년 의원에 당선됐다. 아버지가 재임 중 이혼하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후지모리는 2011년에도 대선에 나갔으나 패배했다. 그녀가 집권하면 남미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지만 부패한 대통령의 딸이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페루서 후지모리 부녀 대통령 탄생하나
입력 2016-03-10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