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키워드로 분석했더니, 송영애 '음식이 정치다'

입력 2016-03-10 14:50 수정 2016-03-10 14:52
 "호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몇 조각에 와인 한 두 잔 마셨다고 서민이 상류층 될 수 없듯, 고위 정치인이 재래시장에서 파는 족발이나 호떡 몇 입 먹었다고 당장 서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39쪽)

"'차 한 잔 하자'와 '밥 한 번 먹자'와 '술 한 잔 하자'는 음식물을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이 셋은 본질적으로는 조금 다르다. '차'는 가벼운 대화의 매개물이다. '술'은 서로의 무장해제를 상징한다. 속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술을 마신다. 그런 점에서 밥을 먹는 것, 식사는 중간 단계에 해당되지만 거기에도 각별한 뜻이 있다."(81쪽)

송영애 전주대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가 '음식이 정치다'를 냈다. 뚜렷한 지역색, 필수적인 연대, 자극적인 성향, 고유의 맛과 향기, 시간에 따른 부패 등 5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음식과 정치의 연관성을 분석한 책이다.

생활과 동떨어진 음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족발하고 호떡하고 순대국밥은 어떻게 정치인들의 서민음식이 된 것인지, 대형 비빔밥을 다같이 비비는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식 세계화 사업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담았다.

음식은 단순히 식재료를 조리한 밥이나 국 따위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명칭, 가격, 먹는 행위 혹은 먹지 않는 행위까지 포괄한다. 정치는 물론 역사, 최근 이슈, 사회문제들을 다뤄 음식을 바라보는 관점을 재정립시킨다.

"지사님에게는 우습게 들리시겠지만 밥 먹는 것도 공부입니다. 어릴 때 아는 스님께서 '쌀 한 톨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밥알을 지저분하게 남기지 않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책상 못지않게 식탁에서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길게 늘어져 속 터지는 배식 줄을 서서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느리게 먹는 친구에 게 내 속도를 맞춰가며 배려를 익힙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할 힘도 식탁 앞에서 기릅니다. 지사님은 학생들의 공부를 그토록 걱정하신다면서 정작 공부할 힘을 빼앗고 계십니다."(133쪽)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4년 주기로 총선과 지방 선거를 치르고, 5년에 한 번씩 대통령을 선출해서 정치판을 새롭게 짠다. 밥 짓기에 비유하면 선거는 쌀 속에 숨은 돌과 같은 이물질을 가려내는 일이다. 아니, 마땅히 그래야 한다. 밥을 먹다가 돌을 씹는 바람에 어금니가 작신 부러져도 인자한 시아버지처럼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며느리를 감싸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이따위를 밥이라고 지었느냐면서 큰소리로 호 통을 치거나, 당장 밥상을 뒤엎어버릴 정도로 성질 고약한 시아버지 같은 시선으로 정치인들을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한다."(146쪽)

저자는 "시간이 지나면 부패한다"며 "신선한 식재료로 조리한 그 어떤 음식도 저장을 잘못하거나 지나치게 오래 보관하면 부패해서 먹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뜻이 순수했던 정치인도 어느 정도 반열에 올라 긴 세월을 두고 권력의 단맛을 보면 초심을 잃고 썩어가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보아 왔다. 부패한 음식을 먹으면 몸에 탈이 난다. 마찬가지다. 부패한 정치인이 펼치는 부패한 정치는 나라의 기강마저 흔들어놓는다. 그런 정치인들이 많은 나라의 국민들은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328쪽, 1만5000원, 채륜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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