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미끼 던지고 이세돌 관찰했나… ‘계산된 실수’의 공포

입력 2016-03-10 00:03 수정 2016-03-10 06:54
국민일보 DB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프로바둑 9단 이세돌(33)에게 미끼를 던지고 표정을 관찰한 것일까.

 알파고는 9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1국에서 중후반 몇 차례 악수를 극복하고 18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세돌은 흑, 알파고는 백을 잡았다. 이세돌은 우상귀 오른쪽 소목(小目)으로 착수했다. 알파고는 여기서 1분30초를 고민하고 좌상귀 화점에 첫 수를 뒀다.

 알파고는 대국 초반 이세돌의 축을 저지하면서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중후반부터 몇 차례 종잡을 수 없는 악수를 뒀다.

 이세돌은 흑이 우세한 127수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흑이 집을 가질 수 있었던 우하귀가 여기서 알파고의 백집으로 변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136수에서 우하귀에 손을 떼고 집의 세력을 불리지 않았다.

 대국 현장에서 해설을 맡은 프로바둑 9단 김성룡은 알파고가 136수에서 두 집 가량 손해를 낸 것으로 봤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의 한계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나왔다. 김성룡은 “알파고를 종잡을 수 없다”고 했다.

 알파고는 162수에서도 실수했다. 김성룡은 “알파고가 정밀한 계산으로 확실한 길을 가고 있는데 인간의 눈에 실수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진짜 무서운 일”이라고 했다.

 알파고의 실수가 치밀하게 계산한 정수일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세돌은 불과 24수 뒤 돌을 던졌다. 알파고는 대국 중후반의 악수로 이세돌의 기세에 눌린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흐름을 잡고 있었던 셈이다.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 실시간 생중계 채팅창에서 “알파고가 계산된 실수로 덫을 놓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