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기 등으로 가로챈 2억7000만원을 인출해 호화 쇼핑을 즐긴 조선족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지시를 받고 움직인 단순 인출책에 불과했다. 총책 등 ‘몸통’은 중국에서 사기를 벌이면서 한국에 파견한 말단 조직원들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지령을 하달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중고품 거래 사기와 메신저 피싱(금융사기) 등 각종 사기 피해금 2억7000만원을 인출한 혐의(사기)로 A씨(23) 등 조선족 3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모두 20대 초반 남성인 A씨 등은 중국의 총책에게 인출책 제안을 받고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그 다음날부터 지난 5일 검거될 때까지 범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서울·경기 일대 현금지급기에서 하루 1000만~3000만원을 찾아 연락책이 지정한 곳에 갖다 놨다.
돈은 주로 은행이 문을 닫아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에 은행 현금입출금기(ATM)에서 집중적으로 인출했다. 낮에는 편의점 등 거리에 설치된 사설 현금지급기를 이용했다. 인출책들은 피해 신고가 늦어져 안전이 확보된 돈만 빼갔다. 범행이 들통 나 출금정지 조치가 내려진 계좌의 돈은 ‘좀비 돈’이라고 하는데 이런 돈은 건드리지 않았다.
은행 ATM에서 돈을 찾을 때는 택시를 타고 경기 성남~서울, 서울~경기 일산, 경기 수원~성남 등 장거리를 오갔다. 한 택시를 타더라도 각자 다른 곳에 내려 목적지까지는 걸어갔다. 돈을 인출할 때도 1명씩 교대로 했다. 그러고는 각자 걸어서 범행 장소를 벗어난 뒤 약속 장소에서 만나 3차례 이상 택시를 갈아타며 숙소로 이동했다. 이 모든 게 함께 붙잡히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관광객 자격으로 입국한 이들은 휴대전화를 선불폰으로 가입하고 중국판 카카오톡인 모바일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위챗’으로 모든 지시를 전달받았다. 중간연락책과 직접 접선하는 일은 없었다. 현금 인출에 사용한 체크카드는 지시대로 수원 성남 시흥 등에 있는 지하철 역사 내 장애인 화장실과 물품보관함 등에서 챙겼다. 체크카드를 입수하면 2일간 집중적으로 돈을 인출했다. 범행 수당으로는 금팔찌와 루이뷔통 가방 등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일당은 장기간 인출책을 하면 검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기 관광을 가장해 입국했다”며 “세세한 지시사항은 모두 위챗을 통해 단발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조선족 청년들의 일그러진 '코리안드림'
입력 2016-03-09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