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다 풍경" 미술의 기본인 풍경화 대가 이원희 대 장이규 '한국 자연의 멋' 인사동 노화랑 3월9일부터

입력 2016-03-09 17:04
장이규 '소나무가 있는 풍경'
이원희 '설악'
미술 장르에서 풍경화는 고전적인 주제다. 붓질의 가장 기본이지만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을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원숙미가 있어야 한다. 풍경화에 일가견이 있는 이원희와 장이규 두 작가의 2인전이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노화랑에서 ‘한국자연의 멋-이원희 對 장이규’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둘 다 계명대 회화과를 나와 모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세밀함까지 카메라로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 그 때문에 풍경화에 대한 동경은 더 이상 없으리라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 인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 같은 우리들의 정서는 사진이 대체할 것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 내지는 상상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우리들에게 유효한 정서이다. 아무리 사진이 발달해도 예술가의 손으로 그려낸 아름다움에 들어있는 정서를 살려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작가는 이런 관점에서 풍경화를 되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리는 등 인물화에도 능통한 이원희는 근경이나 원경 속 나무 한그루를 화면에 표현한다. 이번에는 눈 덮인 ‘설악’(왼쪽 사진)과 고즈넉한 항구 풍경 ‘죽변에서’ 등을 내놓았다. 자극적인 색채로 붓질하지 않고 따뜻한 거실에서 차 한잔하면서 눈 내린 풍경을 바라보듯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이다.
이원희와 장이규의 풍경화는 따지면 아주 사실적으로 자연을 그린 것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랄만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그림도 아니다. 다만 자연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한의 아름다움에 대한 정서, 분위기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이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자연은 더 자연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사실, 진부한 것처럼 여기는 이들도 많지만 여전히 풍경화는 미술장르에서 아름다움이라는 비시각적인 정서를 시각적 형식으로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다. 그래서 이들의 풍경화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소나무가 있는 풍경’(오른쪽)으로 잘 알려진 장이규의 풍경화는 청명한 느낌을 준다. 뜨거운 여름날 먼 산에서 푸른 기운을 드리우고 있는 소나무도 있고 겨울 차가운 공기 속에서 올곧게 서있는 소나무도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대청마루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듯한 그림이다. 두 작가는 한국 자연의 전형성과 풍토성을 살린 작업으로 풍경화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02-732-3558).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